한국경총이 박근혜 정부가 도입했다가 이번 정부에서 제동을 건 쉬운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완화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확대된 노동자 고용·생계불안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거세다.

경총은 경제·노동 8대 분야 40개 입법 개선과제를 담은 ‘경제활력 제고와 고용·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경영계 건의’를 23일 국회에 제출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자는 명목이다.

그런데 경총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한 과제로 “직무수행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저성과자의 경우 합리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해고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와 함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시 “기업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근로조건을 변경해야 할 불가피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노사협의 후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94조에 따르면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는 노조나 노동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런 주장은 박근혜 정부가 2015년 도입했던 공정인사 지침,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과 같은 내용이다. 노동자 해고와 노동조건 저하를 쉽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끝에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9월 폐기됐다.

경총은 근기법상 경영상 해고요건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서 ‘경영합리화 조치가 필요한 경우’로 완화할 것도 건의했다. 사측이 근로계약을 불리하게 바꿀 것을 요구한 뒤 노동자가 이를 거절하면 계약해지할 수 있는 ‘근로계약 변경해지 제도’ 도입도 주장했다.

법인세·상속세 인하, 파견허용업무 확대와 기간제 사용기간 확대 같은 기존 재계 입장이 다수 포함됐다.

양대 노총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서에서 “그동안 입만 열면 했던 주장이라서 일일이 거론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면서도 “국가재난 시기에 해고를 자유롭게 해 달라고 하는 것이 과연 정신 있는 제안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온 국민이 전대미문의 전염병 사태로 고통을 받고 있는 이때 국민정서에 반하는 후안무치한 제도개악안을 내놓았다”며 “노동자와 취약계층을 희생시키고 재벌 대기업 배만 불리는 제도개악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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