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고, 전문가들은 사태가 금세 진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감염병은 일상을 흔들고 생명까지 위협한다. 환자 지근거리에서 온몸으로 감염병과 맞섰던, 지금도 맞서고 있는 의료노동자들 눈에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어떻게 비쳤을까. 의료현장 노동자들이 실태와 과제를 보내왔다.<편집자>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

2020년 3월16일. 예상대로 대구 거리는 한산했다. 사람들은 걸어다니기보다는 차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대형마트에서도, 시장에서도, 식당에서도 부쩍 사람이 줄어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뉴스에서 보던 것과 똑같았다.

병원 세 곳을 방문했다. 두 곳은 병원 로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줄을 서야 했다. 평소처럼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손소독제를 바르고, 지정된 통로를 따라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한 문진표를 작성해서 확인을 받고, 열을 재고 문제없다는 확인을 받고 나서야 병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다른 한 곳은 아예 병원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보호복을 입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게끔 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은 통째로 격리됐고, 병원 안에서 이뤄지던 모든 행정업무와 지원업무는 물론 식사·휴게·화장실 사용·샤워·탈의 등 직원들의 일상생활조차도 병원 바깥 컨테이너박스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노동의 모습도 확연히 달랐다. 코로나19 감염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은 고글과 마스크·방호복·장갑으로 중무장한 채 2시간 동안 환자를 간호한다. 2시간 노동이 끝나면 두통이 오고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만신창이 녹초가 된다. 방호복을 벗고 샤워하고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새 방호복으로 갈아입으면 2시간의 휴게시간도 금방이다.

코로나19 환자를 전담하는 병원의 재활치료사들은 근로계약상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대신 야간경비를 서고 환자 입퇴원 지원업무를 담당한다. 실내근무에서 실외근무로, 통상근무에서 24시간 교대근무로 바뀌다 보니 적응하기가 쉽지 않고 생활리듬이 깨진다.

코로나19 사태는 이처럼 병원의 모습, 노동의 양상을 전시상태로 바꿔 놓고 있다. 병원만이 아니라 온 사회가 의료재난에 맞서 싸우는 전시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고, 나라마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초강경 조치를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노사정 선언, 원탁회의, 비상경제회의가 잇따른다.

세계적 의료재난사태를 통해 명료하게 드러나는 게 있다. 그건 바로 보건의료 과제가 단지 건강 증진과 생명·안전 보장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세계적 재난 극복의 과제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코로나19 사태는 감염과 사망만이 아니라 경제침체, 이동 제한, 일상생활 마비, 불안과 공포, 막대한 재정 소요 등 모든 사회영역에 재난을 몰아오고 있다. 더군다나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이은 코로나19 사태는 신종 감염병 사태가 더 이상 1회성 돌연변이가 아니라 주기적으로 일상화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신종 감염병 사태는 잘 준비하고 잘 대응하지 못하면 엄청난 사회적 재앙을 불러오고, 천문학적인 사회적 손실을 초래한다. 따라서 보건의료시스템을 잘 갖추고 보건의료 인프라를 튼튼히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적 재앙을 막고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값진 사회적 투자라는 접근이 필요하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인한 우리나라의 경제적 피해비용을 2조3천10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 6일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의 경우로 치닫게 될 경우 한국이 입을 경제손실 규모를 19조7천억원으로 분석한 바 있다. 여기서 그칠지, 얼마나 더 불어날지 모른다. 의료재난에 취약한 의료시스템이 경제를 파괴하고 사회를 피폐하게 만들게 되는 건 명확하다.

코로나19 전시상태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이제 우리의 의료현장을 어떻게 바꾸고,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어떻게 갖출 것인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최일선에서 싸우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힘은 국민의 따뜻한 격려와 전 사회적 응원이다. 코로나19 의료재난 극복의 가장 큰 성과는 보건의료를 국민 행복과 사회 발전을 위한 사회적 투자의 최상위에 놓기 위한 새로운 전략 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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