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사태가 경제위기 국면으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상황에 대해 “미증유의 비상경제시국”이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양상이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19일 첫 비상경제회의에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50조원 규모의 비상금융조치를 결정했다. 코로나19로 시작한 사회·경제적 위기가 심상찮은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경험한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 송보석 민주노총 대변인

생계보장과 경기활성화 동시에 이뤄져야
송보석 민주노총 대변인

어려운 질문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우선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을 철저히 하는 것이 첫째다. 방역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피해가 있다면 정상화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이를 위해 정부와 노정협의를 정례화해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 5명 미만 영세노동자·특수고용노동자·비정규직·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생계대책이 우선돼야 한다. 민주노총이 재난생계소득을 빠르게 시행해 생계보장과 경기활성화를 동시에 이루도록 하자고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 번째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을 포함해 총고용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 경험했듯이 경제위기가 오면 자본은 구조조정 유혹에 빠지게 된다. 구조조정 일순위는 ‘노동자 자르기’다. 이탈리아에서 60일간 해고 등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노사정 협약이 체결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충분히 검토해 볼 사안이다. 민주노총은 모든 노동자의 총고용 보장과 재벌의 사회적 책임강화 같은 의제를 다루기 위해 전국·산업 단위의 노사정 비상협의를 제안했는데, 그 안에서 논의해 보자.

코로나 이후를 예상하고 한국 경제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사회대개혁을 위한 정책과제를 차분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 전문가들 중에는 지금 상황을 ‘경제 전시상황’, ‘코로나 경제공황’이라고 표현한다.

29년 대공황 때도 이전과 이후가 달랐다고 한다.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노동관계법 등을 제·개정해 단체교섭권이 포함된 노동자 권리를 대폭 강화하고, 최저임금·노동시간 단축 등을 파격적으로 시행했다는 과거 사례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재벌에 의존한 수출 위주의 한국경제를 내수 위주로 경제 선순환 구조를 바꾸고, 임금·소득주도 성장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기회가 아닐까. ‘전태일법’을 현실화해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노조할 권리를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기업별 노사관계로는 대처 부족, 산별 차원 대응하자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근로기준법은 질병휴가를 규정하지 않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는 유급휴가 부여를 사업주의 노력의무 정도로만 규정하고 있다. 유급휴가를 어떤 방식으로 확장할 것인지 제도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 단체협약으로 질병에 걸린 사람을 보호하는 사업장은 있을 수 있지만 질병을 예방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임금보전과 휴가방식을 규정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기업별 노사관계에서 이런 단협을 탄생시킬 수 없다면 산업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산업차원의 노동에 대해 공통된 규율을 형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를테면 금융권 산별노사가 대민서비스를 하는 이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얘기다.

계약직과 특수고용직이 겪고 있는 준실업 상태를 개념화하고 대응방안도 찾아야 한다. 학교비정규직의 경우 3월에 학기가 시작되는 것을 전제로 근로계약을 맺었지만 학기가 연장되면서 일을 못하고 있다.

현재 상태는 방학의 연장으로 볼 것이 아니라 휴업 상황이 진행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일하고 임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학교비정규직에 대해 어떻게 보상할지 고려해야 한다. 노동계는 특수고용직을 근로자로 보지만, 이들에게 실제 임금이 지급되는 과정이 정규직과 다른 것은 사실이다.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에 대해 사업주에게 책임을 전부 전가할 수는 없다. 해법을 찾아야 한다.

강조하건데 정부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산업별로 코로나19에 따라 비슷한 피해를 경험하고 있다.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고용보험에서 임금손실을 보장하도록 하자는 요구 등 각 산업현장에 맞는 대책을 산별 노사가 함께 요구해야 한다. 기업별 노사관계로는 이 사태를 헤쳐나가기 어렵다. 산별교섭으로 통일적 대책, 통일적 노동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 강훈중 한국노총 미디어홍보본부장

현금지급해 경기 살리고 해고 제한 필요
강훈중 한국노총 미디어홍보본부장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감염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전세계 취약계층의 건강과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나라 간 지역 간 이동이 단절되고 경제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자영업자·노동자 모두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이동이 끊기면서 항공·숙박·음식점·면세점·자동차·택시업종의 손님이 감소해 노동자들의 임금이 줄고 구조조정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악용한 임금삭감·구조조정·강제무급휴가 등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 시민과 접촉이 많은 자동차·택시·배달노동자들은 마스크가 턱없이 부족해 감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들에 대한 충분한 마스크 공급이 필요하다.

아르바이트 노동자·일용노동자·음식점 노동자·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코로나로 인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 위기의 순간에는 누구나가 다 어렵지만 취약계층이 감당하는 어려움은 특히 더 크다. 기업들이야 매출이나 이윤이 줄어드는 정도지만 취약계층은 생존 그 자체를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잃고 당장의 끼니와 월세를 걱정하는 절박한 사람들에게 당장 필요한 현금을 지원하는 것은 그래서 필요하다. 이미 미국·일본 등 외국에서도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생계지원을 위해 현금지급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위험에 노출된 비정규직·특수고용직·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의료비 걱정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상병수당 도입이 필요하다. 상병수당은 업무상 질병 외에 일반질병이나 부상으로 소득이 상실되는 경우 임금을 일정수준 보장해 주는 제도다. 프랑스·독일·영국·일본·스웨덴 같은 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영이 어려운 기업에 대해서는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 구조조정 없이 총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를 더 어렵게 하는 해고를 제한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 임영태 한국경총 경제분석팀장

법인세 인하·노사관계 선진화 추진해야
임영태 한국경총 경제분석팀장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단계로 악화되면서 우리경제 뿐 아니라 세계경제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국가 간 인적·물적 교류가 사실상 봉쇄돼 세계적으로 수요가 단절되고, 글로벌 공급망도 교란돼 산업활동 자체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현 상황은 소비 침체·생산 차질·재고 누적으로 실물경제가 가라앉은 가운데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공포감도 작용하면서 동시다발적 복합위기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역할이 필요하고, 모든 경제주체들도 서로 협력하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경영난에 처해 있는 중소·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경영자금이 실효성 있게 지원되도록 하고, 항공운수·유통업계처럼 타격이 큰 업종에 과감하고 직접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특히 이번 위기를 우리 경제를 강화하는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재정·금융정책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업의 기’를 살려 위축된 경제심리와 경제활력을 회복해야 한다.

시장경제 기반 위에서 경제체질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상징적 차원에서라도 법인세 인하와 노사관계를 비롯한 각종 규제가 선진화되도록하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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