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익찬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서는 부상자 또는 직업성 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라면 중대재해로 규정한다. 그런데도 법조문의 내용을 제목으로 기고하게 된 것은 서산공장 폭발사고 때문이다.

3월4일 새벽 3시께 충남 서산 대산공단에 위치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났다. 치솟는 불길로 대낮처럼 주변이 훤해졌고, 인근 주민들은 지진이 났다고 느낄 정도였다. 공장 인근 주택과 상가의 깨진 유리창과 망가진 건물들이 당시의 충격을 대변해 줬다. 천만다행으로 사망자는 없었지만, 노동자와 인근 주민을 포함한 부상자는 60여명이나 됐다. 다친 노동자만 10명 이상이었다. 지역 노동·시민·환경단체는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했으므로 이 사건을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로 지정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서산출장소는 부상자들의 ‘소속’이 다르므로 중대재해가 아니라고 봤다.

부상자·질병자 10명 이상이면 중대재해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은 부상자 또는 직업성 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가 곧 중대재해라고 정한다. ‘부상자’라는 문구에 더해 ‘같은 사업장에서’라는 문구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문구도 없다. 따라서 서산출장소의 견해처럼 노동자의 ‘소속과 신분’을 따지는 해석의 법률적 근거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중대재해와 관련된 사업주 조치의무를 봐도 그렇다. 중대재해 사업장 사업주는 작업을 중지하고 노동자를 대피시킬 의무(54조1항, 168조1호), 노동부 장관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다(54조2항, 175조2항2호).

또 장관은 폭발사고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당해 작업뿐 아니라 해당 사업장의 전체 작업을 중지할 수도 있다(55조2항). 이를 보더라도 중대재해로 인한 사업주와 정부의 조치는 위험의 확산을 최대한 줄이는 것에 초점이 있다. ‘소속과 신분’을 가려 가며 중대재해가 규정되고 조치하라는 해석은 더욱 설득력을 잃는다.

모든 노동자는 근로감독에 참여할 수 있어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근로감독시 현장노동자의 참여권 문제다. 모든 노동자들은 자신이 일하는 사업장의 위험에 관해서 알 권리가 있다. 참여해서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로 바꿀 권리, 위험한 작업을 지시받으면 중지할 권리가 있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산업안전보건)을 보면 감독관이 근로감독시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대표 또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근로자대표 등)을 참여시켜 감독의 목적과 취지를 설명해야 한다(14조5항). 감독실시 후 근로자대표 등에게 감독 결과와 향후 조치계획을 설명해야 한다(14조11항). 감독점검표에 감독에 참여한 근로자대표 등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받아야 한다(14조12항)고 정하고 있다.

위 조항들은 근로감독관이 근로자대표 등에게는 반드시 참여권을 보장하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모든 노동자가 참여권이 있지만 효율성 차원에서 권리가 잠정적으로 제한될 뿐이다.

그러나 위 규정을 두고 근로자대표 등에게만 참여권이 있다고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근로자대표 등을 제외한 나머지 노동자들의 참여권이 위 조문으로 박탈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근로감독관이 필요하다고 여긴다면 근로자대표 등 이외의 자도 특별근로감독 과정에 참여시킬 수 있다. 이는 근로감독관의 필요에 따라 시행할 수 있는 사안이다. 회사의 동의가 필요하거나, 근로자대표 등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해석할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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