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 A씨는 신입사원 시절 새로 부임한 고위직 상사에게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당했다. 업무시간은 물론 식사·회식 자리에서도 상사는 신체접촉을 하거나 성비속어를 남발하고 외모지적을 멈추지 않았다.

A씨는 직속 상사에게 피해 사실을 진정하고 상담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결국 회사에 구두로 퇴사 의사를 밝히고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고용평등상담실을 찾았다.

상담사는 피해자가 회사를 그만둘 마음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피해자가 진짜 원하는 것은 가해자의 사과와 적절한 조치였다. 상담사는 “퇴사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설득했다. 상담사는 회사에 성희롱 피해 사실을 접수하라고 조언했다. 유급휴가를 요구해 가해자와 마주치지 않을 방법을 알려 줬다. 회사나 가해자 대응에 따라 할 수 있는 법적·행정적 조치를 안내했다.

A씨는 상담사가 알려 준 대로 했다. 상담사는 사측이 절차에 따라 조치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과태료 청구와 후속조치를 준비했다.

다행히 A씨 신고를 접수한 회사는 빨리 움직였다. 조사를 통해 성희롱 사실을 확인했다. 가해자를 징계한 뒤 다른 사업장으로 전출했다. A씨는 직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

노동부가 18일 펴낸 ‘2019년 고용평등상담실 상담·운영 우수사례집’에 나오는 내용이다. 고용평등상담실은 노동부가 직장내 성희롱이나 성차별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었다. 민간단체에 맡겨 전국 21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사례집에는 성희롱·성차별·임금체불 상담사례와 피해 노동자의 외상후 스트레스를 치유한 사례가 담겨 있다.

상담사들은 “상담하면서 안타까운 순간은 성희롱 피해 노동자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둔 뒤에 찾아왔을 때”라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회사를 그만둔 뒤에는 증거자료 수집이 어렵고, 자발적으로 퇴사하면 분쟁과 소송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며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꼭 상담부터 해 달라”고 당부했다.

A씨를 만난 상담사도 “가해자는 변함없이 직장에 다니는데 (퇴사한) 피해자는 모든 걸 포기하는 억울함과 상실감으로 상처받게 되고 이후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힘들겠지만 당당하게 회사에 다니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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