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활동지원사에게 임금채권 포기각서를 요구한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의 행위가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각서 요구를 반대한 노조간부들의 노동시간을 축소한 행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이라고 결론 냈다. 일을 시키고도 임금을 주지 않는 경우가 잦았던 업계 관행에 제동을 걸 단초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공공운수노조 전국활동지원사지부에 따르면 최근 의정부지법 9형사단독(판사 정은영)은 의정부 Y복지재단의 근기법·노조법 위반 사건에서 재단측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Y재단은 2016년 8월부터 활동지원사에게 임금채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매달 받았다. 일한 시간만큼 받는 임금 외에 주휴수당·시간외근로수당 등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2017년 7월께 지부를 설립한 뒤 조합원 5명은 각서 서명을 거부했다. 재단은 이들의 노동시간을 월 60시간 미만으로 줄였다. 주당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로 만든 것이다. 지부는 임금채권 포기각서 서명 강요와 조합원 노동시간 축소가 근기법과 노조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노동부는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법원 판단은 노동부와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확인서(각서) 작성은 근기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편법 성격으로 보인다”며 “(각서를 거부한)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제한한 것은 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불이익을 주는 행위”라고 판시했다. 노동자에게 불리한 노동조건을 명시한 각서는 정확한 설명 없이 서명했기 때문에 무효라고 봤다.

지부 관계자는 “임금채권 포기각서는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을 포함해 사회복지업계에 만연한 악습이고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받는데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 판결이 각서를 강요하는 기관에 경종을 울리고, 노동자들에게는 임금을 포기하지 마라는 격려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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