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연대노조 소속 롯데칠성 지게차 노동자들이 12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집단 해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파업 이후 원·하청 계약이 종료돼 일자리를 잃은 롯데칠성음료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집단해고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공공연대노조는 12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을 시작하자마자 원·하청 간 계약이 해지돼 해고되고 대체인력이 투입된 것에는 제도적 허점이 있다”며 고용보장과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롯데칠성음료는 하청업체 신영LS 소속 지게차 기사들이 2019년 임금협상 결렬로 지난달 24일 파업을 하자 다음날 신영LS에 계약종료를 통보했다.

롯데칠성음료측은 “하청업체측이 계약해지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원청이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으니 하청업체가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지게차 기사 70여명은 일자리를 잃게 됐다. 이날로 17일째 해고상태다. 롯데칠성음료는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이날 노조는 파업 배경이 된 저임금 문제를 지적하며, 하도급 구조에서 최저임금 적용과 관련한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2018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됐지만 그해 롯데칠성음료는 신영LS에 도급액을 8%만 인상해 내려보냈고 이는 저임금의 원인이 돼 노동자 파업까지 몰아갔다”며 “민간계약이라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전체 도급금액도 그에 상응하는 만큼 인상하도록 하는 법적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민간위탁업체가 변경되더라도 노동자들의 고용이 승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우리나라는 하청노동자 고용에 대한 보호장치가 전혀 없다”며 “제도가 정비되지 않으면 이후에도 이런 집단해고 사태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원청의 대체인력 투입으로 하청노동자 파업이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고 했다. 이영훈 노조 부위원장은 “신영LS분회 조합원들은 법적 절차를 거쳐 파업했는데, 하루 만에 계약을 해지당했다”며 “고용노동부가 원청이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한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쪽으로 법을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노조 관계자는 “롯데칠성음료측은 노조에 기존 신영LS와 계약을 재개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원청 입장을 전했더니 하청업체는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으니 확인해 보고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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