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노조(위원장 박종규)가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조직형태변경 추진을 공식화했다. 조직형태변경은 박종규 집행부 공약사항이긴 하지만, 좀처럼 엄두를 내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노조는 9일 “금속노조로 조직형태변경 총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종규 집행부는 2018년 말 금속노조 가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했다. 하지만 집행부가 출범하자마자 전임 집행부가 끝내지 못한 2018년 임금·단체교섭 바통을 이어받았다. 교섭을 타결한 지 석 달 만에 2019년 임금교섭을 시작했다. 그러던 노조가 갑작스레 조직형태변경을 공식화한 데에는 회사가 지난 4일 낸 ‘뉴스레터’가 불씨가 됐다는 후문이다.

사측은 임금교섭 갈등을 둘러싼 회사측 입장을 설명하는 뉴스레터에서 “지난 3일 임금협상 15차 본교섭이 열렸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며 “노조가 파업의 명분을 찾으려 하는 게 아니라면 체제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를 하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금속노조 가입을 위해 교섭을 해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회사는 “기승전 체제 전환”이라며 “조합원의 생존을 걸고 모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주재정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그렇지 않아도 집행부 공약이라 (조직형태변경) 시기를 보던 중이었다”며 “회사가 먼저 체제 전환을 거론하며 선수를 치니, 받아들이고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규 위원장은 지난 6일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들에게 “선택은 조합원들이 하는 것이니 공약 사항을 추진하겠다”며 이 같은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조합원총회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임금교섭이 이달 중순을 넘어갈 경우 곧바로 총회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은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에 대해 색깔론을 가지고 싫어하는 조합원들도 있고, 상급단체와 연대를 해 투쟁하자는 조합원들도 있다”며 “조직형태변경이 가지는 장·단점에 대해 가감 없이 설명하고 조합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규약상 조직형태변경안이 통과하려면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가 참석하고 참석 조합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한편 노조는 코로나19 사태 극복과 신차 XM3 성공 출시를 위해 당분간 단체행동을 자제하고 교섭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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