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이 공개되는 과정에서 사생활 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최영애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확진자 개인별 방문 시간과 장소를 일일이 공개하기보다는 개인을 특정하지 않고 시간별로 방문 장소만 공개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달라”고 제안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확진자가 날짜·시간대별로 이동한 경로와 방문 장소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방법으로 알리고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34조의2에는 “주의 이상의 위기경보가 발령되면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 국민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알아야 하는 정보를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최 위원장은 “감염병 확산 방지와 예방을 위해 감염환자가 거쳐 간 방문 장소와 시간 등을 일정 부분 공개할 필요성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확진자 개인별 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구체적으로 공개되다 보니 확진자들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인권침해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인터넷에서 확진자가 비난이나 조롱, 혐오의 대상이 되는 등 2차적인 피해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모든 확진자의 이동경로를 상세히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의심증상자가 자진신고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실제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올해 2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자신이 감염되는 것보다 확진자가 돼 주변에서 비난을 받는 것을 더욱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위원장은 확진자 사생활이 필요 이상으로 침해되지 않도록 정보공개에 대한 세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확진자가 거쳐 간 시설이나 업소에 대한 보건당국의 소독과 방역현황 등을 공개해 국민 불안감 해소와 확진자 사생활 보호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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