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노동현실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이 넘는 특별연장근로를 감내하고 있는데 인력을 충원해 노동자들이 탈진하지 않도록 순환근무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9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실 직원들은 지난달 한 주 평균 60시간가량 일했다. 서울대병원은 코로나19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진단검사실 직원 중 코로나19 진단을 맡은 노동자는 6명이다. 사태가 확산하기 직전인 지난 1월 한 달 동안 이들의 연장근로시간 총합은 66시간이다. 한 명당 하루 평균 30분 정도 더 일했다.

병원은 고용노동부가 특별연장근로 인가 규제를 완화하자 2월 개별동의를 받아 노동시간을 늘렸다. 이전에는 하지 않던 야간 검사업무를 도입했다. 검사실 직원 6명은 매일 4시간가량 더 일했다. 하루 12시간 일했다는 얘기다. 6명이 2월 한 달 동안 실시한 연장근로시간 총합은 465시간이다. 김태엽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장은 “한 주 평균 60시간 이상 노동시간이 5주간 이어지면서 직원들이 녹초가 되고 있다”며 “이전보다 50% 더 늘어난 노동시간 이상으로 노동강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분회는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 대처를 위해 검사실 직원 확충을 병원에 요구하고 있다.

확진자 대다수가 발생한 대구·경북지역의 의료노동자들은 탈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확진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은 바이러스 접촉을 피하고자 높은 밀폐 수준(레벨D)의 방호복을 착용하고 일한다. 착용하면 호흡이 자유롭지 못하고 움직이기도 어렵다. 대부분 병원은 방호복을 입고 일하는 경우 2시간마다 휴식을 취하라는 내부 규정을 운용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병원은 드물다.

보호장비를 아끼기 위해 제대로 쉬지 않고 일하는 경우가 잦다. 적지 않은 의료인력은 감염증 전파를 우려해 집으로 퇴근하지 않고 병원이 마련한 임시 숙소에서 거주하며 일한다. 이 지역 병원들은 외과·건강검진 등 병원을 찾는 환자가 줄어든 부문의 의료인력을 코로나19 치료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병원들은 주 52시간을 준수하려 하고 있지만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힘들어하는 의료진이 늘고 있다”며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방호복 공급을 확대하고, 탈진하지 않도록 순환근무배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순환근무가 가능하려면 결국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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