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호 미디어홍보본부 실장

현재

매주 금요일이면 지방의 집으로 가던 동료는 최근 2주째 가지 않았다. 코로나19 때문이다. 가족 가운데 유일하게 야외활동을 하는 그로서는 ‘혹시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아이들이 보고 싶지 않냐”고 묻자 “보고싶지요. 그래도…”라고 말을 얼버무린다.

하긴 초등학교 3학년인 내 딸은 퇴근 뒤에 깨끗이 손을 씻고, 샤워까지 했어도 내가 다가가면 주춤한다. 매일 수차례 휴대전화에 울리는 안전안내문자를 포함해서 사방이 ‘경고’를 하니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캠페인으로 진행된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는 시인의 말과 다르게 코로나19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각자가 섬이 되고 있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의 모든 차관을 상환했고, 우리나라가 IMF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20년 전 정부는 국가부도에서 벗어났다고 발표했다. 장롱 속에 있던 아이 돌반지까지 꺼내 줄을 서며 금 모으기 운동에 나섰던 국민은 기뻐했지만, 우리가 살아갈 대한민국은 이전과는 다른 나라가 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7년 국민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외환위기로 인해 소득격차·빈부격차 등 양극화는 심화했고, 비정규직은 확대됐다.

효율과 무한경쟁 속에서 그 시대 이후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가치관은 변화했다. 최근 한 인터넷매체가 외환위기 이후 태어난 세대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절반 이상이 “난 흙수저”라고 대답하고 10명 중 7명이 우리 사회는 “불공정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이 이야기하는 ‘공정’은 ‘평등’과는 다르다. 하는 일이 같아도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고졸은 대졸보다, 지방대학 출신은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온 사람보다 임금이 적은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결과의 평등 NO, 기회의 평등 YES”라며 비정규 노동자 직접고용을 반대하는 젊은 정규직 노동자, 기간제교사 무임승차에 반대한다며 “임용고시 합격하면 되지”라는 현직 교사와 예비 교사 노동자들의 냉소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다시 현재

코로나19는 결국 극복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가 지나가고 난 뒤 파괴되고 변화된 일상은 어떻게 될까. 바이러스 확대를 막기 위한 ‘거리 두기’가 무한경쟁과 효율 속에 스며들어 공동체를 더 무너뜨리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조속한 사태 해결이 중요하지만 코로나19 이후의 방향과 목표도 분명해야 한다. 외환위기 때도 그러했지만, 언제나 위기의 직격탄은 취약계층을 향했고 후유증 역시 이들의 몫이었다. 발 등에 떨어진 불과 눈앞의 문제만을 해결하는 데 그치면 역사는 반복된다.

그런 면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먼 나라 얘기이자, 이념의 프레임에 갇혀 있던 정책이 공감대를 넓힐 수 있게 된 것은 우리가 위기를 공유하고 있어서다.

흔히 위기는 기회라고 한다.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잠시 멈춤’이 이전과 다른 세상을 꿈꾸는 힘이 되길 기원한다.

미디어홍보본부 실장 (labo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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