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종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푸른솔)

오랫동안 소음성 난청은 보상을 받기 어려운 직업병이었다. 다른 신체부위 장해에 대해서는 치료를 받고 난 후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내려진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청구하면 됐는데 유독 소음성 난청은 “진단일”이 아닌 “사업장을 떠난 날”을 기준으로 삼았던 것이다. 소음성 난청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될 즈음이면 이미 사업장을 떠난 지 3년이 넘어 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런 모순에 대해 대법원은 2014년 9월 소음성 난청 역시 진단일을 기준으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후로도 1년 동안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이 변경되지 않아 탄광노동자 31명이 감사원에 심사청구를 제기했다. 2015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시행규칙과 지침을 변경하지 않은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을 향해 시정을 촉구한 사실이 보도됐고 노동부는 2015년 11월2일 산재보험법 시행규칙을 개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당시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2016년 1월1일 이후 소음성 난청 상병의 증상을 진단받은 자”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해 실무적으로 혼선이 초래됐다. 진단일이나 소음작업장을 떠난 지 3년 이상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료된 것으로 간주했다.

귀가 안들려서 장애인증을 만들었던 수많은 탄광노동자들에게는 3년 이전에 받았던 장애진단이 족쇄가 됐다. ‘소음성 난청 증상이 있었다’로 해석돼 산재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차단된 것이다. 직종 문제 또한 커다란 장벽이었다. 이에 탄광노동자들은 감사원 심사청구와 행정소송, 국회 민원을 제기했고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국정감사에서 시정을 요구해 이듬해 8월 지침이 변경됐다.

이후에도 노인성 난청, 저음역대 혼합 난청, 비대칭 난청, 중이염 등이 있는 경우 급여가 부지급됐으므로 다시 탄광노동자들은 2018년 9월 이용득 의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용득 의원은 근로복지공단의 행정소송 패소율이 높은 경우 판례를 분석해 지침을 바꿔야 한다고 그해 국감에서 지적해 노인성 혼합 문제가 부분적으로 해결됐다.

이후에도 탄광노동자들은 나머지 부지급 사유와 관련해 2019년 7월 김동철 바른미래당(현 민생당) 의원실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 내용은 첫째, 법원은 노인성 난청 여부를 판단할 때 ‘비소음 노출자의 연령별 메디안 값을 공제’라는 제한에서 벗어나 동일 연령대의 평균 청력역치보다 높은 청력손실을 보이는 경우라면 업무 관련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력역치는 소리를 귀로 듣고 분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도의 소리 세기를 나타내는 수치다. 예컨대 71세 남성 기준 청력손실이 22데시벨(dB)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 관련성을 인정한다. 둘째, 공단이 패소한 법원 판결문을 분석해 보면 비대칭 청력손실은 판결 결과를 좌우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법원은 중이염에 대해 “소음성 난청을 인정하는 데 지장이 될 수 없으며, 장해등급 판정시에도 이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경우 최종 남은 신체증상을 인정한다”고 판단해 소음사업장 퇴사 이후 중이염 수진내역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원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넷째, 공단이 패소한 법원 판결문에 따르더라도 재해자의 청력손실이 80데시벨 이상으로 ‘전농’에 가까운 상태를 보였으나 판결 결과를 좌우하지 않았음을 확인 가능하다. 법원은 “객관적 검사인 청성뇌간 반응검사 결과가 산재보험법 시행령 34조3항 별표의 업무상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에서 정한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의 최소 청력손실 수치(40데시벨)를 넘는다면 신뢰도를 문제 삼지 않고 원처분을 취소하고 있다.

공단은 문제제기를 수용해 지난달 27일 지침을 개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지침 개정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탄광노동자들을 대신해 환영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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