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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티유니타스 웹디자이너 과로자살 2년 지났지만] 주 70시간 넘게 일하기도, 직원 우울증·공황장애 매년 증가정의당 비상구 노동부에 “포괄임금제 악용 임금체불 감독” 요구
▲ 에스티유니타스 홈페이지 갈무리

‘커넥츠 영단기(영어단기학교)’ 같은 온라인 교육사업으로 알려진 에스티유니타스(ST Unitas) 소속 웹디자이너 장아무개씨가 과로로 숨진 지 2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주 7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4일 <매일노동뉴스>가 정의당 비정규노동상담창구(비상구)를 통해 ‘슬랙’으로 불리는 에스티유니타스 사내메신저 일부를 입수했다. 이 회사는 매주 월요일 전주 근무시간 통계가 적힌 메시지를 모든 직원에게 발송한다. 이를 분석해 보니 에스티유니타스는 노동시간이 정확하게 산정 가능한데도 포괄임금제를 적용했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한 프로젝트팀(약 50명)의 경우 2월 중 주 52시간 이상 근무를 경험한 노동자가 21명이나 됐다. 한 노동자는 2월 4주 내내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했는데, 한 달 동안 252시간을 일했다. 어떤 주에는 주 70시간 이상 일하기도 했다. 정신과 진료를 받는 직원들도 매년 증가 추세다. 회사가 장씨의 죽음 이후 재발방지 대책으로 ‘법정근로시간 준수’ ‘야근근절’ 같은 내용을 담은 ‘에스티유니타스 근로환경 및 업무소통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쓰지 못한 연차·대체휴일 무려 30일”

2018년 1월 웹디자이너 장아무개씨는 회사 입사 2년8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장씨의 죽음에 장시간 노동과 상사의 모욕적인 언사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업무상재해로 인정했다. 2년 넘게 세월이 흘렀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고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한 달을 모두 쏟아부어야 할 수 있는 업무를 2주 안에 끝내라고 해요. 절대 기한 내에 할 수 없는 업무를 주고 하라고 하니까요 어떤 동료는 공황장애를 겪고 있고, 수면장애·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분들도 있어요. 심하게는 자살시도를 한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최근 퇴사했다는 A씨 증언이다. 그는 동료들이 장시간 노동·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회사 태도가 바뀌지 않아 더 이상 희망을 가질 수 없었다고 한다. 비상구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바쁜 일정 탓에 연차를 소진하지 못해 일부 직원은 많게는 30일, 적게는 10일 정도의 연차·대체휴일이 남아 있었다.

노동자 정신건강도 나빠지고 있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에스티유니타스 가입자 특정 상병코드별 급여현황’을 보면 우울증·재발성 우울장애·공포성 불안장애·기타 불안장애·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은 직원은 회사가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은 2018년 7월 이후에도 증가세를 보였다. 2018년과 2019년 정신과 진료건수는 각각 155건(진료받은 환자 28명)과 428건(진료받은 환자 56명)을 기록했다. 2017년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직원은 18명이었다.

최민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정신질환이) 모두 업무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업무 때문에 발생하는 정신질환 중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증상”이라며 “(과로 때문에 정신질환을 앓는다는) 직접적인 지표는 아니지만, 간접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시·분·초 단위 노동시간 측정하면서 포괄임금제 버젓이 사용”

에스티유니타스의 장시간 노동 문제가 2년이 지난 뒤에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유로 ‘미흡한 처벌’이 꼽힌다. 최강연 공인노무사(비상구)는 “2018년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한 결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지난해 4월 회사의 ‘근로조건 개선 노력’ 등 정상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2018년 4월 에스티유니타스를 근로감독했다. 재직자 835명, 퇴직자 638명에 대해 시간외노동수당(연장·야간)과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등 11억5천550만원을 체불한 것을 밝혀냈다.

에스티유니타스는 장씨의 과로사가 문제가 되자 △출퇴근 확인 시스템 도입 △자유로운 연차 사용·특별휴가 사용 활성화 △직원 대상 심리상담 및 치료지원 등의 개선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회사는 시·분·초 단위까지 노동시간을 산정할 수 있는 출퇴근 확인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만 사용이 허용되는 포괄임금제가 2019년 근로계약서에도 버젓이 활용되고 있다. 2019년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에스티유니타스 노동자의 고정시간외수당은 연장근로 월 26시간, 야간근로 월 12시간을 기준으로 산출됐다.

최강연 노무사는 “(해당 사업장에서) 상습적인 법 위반이 발생했지만 엄격히 처벌하지 않아 사업장 노동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노동부는 주 40시간제 위반과 포괄임금제를 악용한 임금체불 등 위법사항을 확인하고 개선방안 이행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에스티유니타스의 개선방안 발표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며 “노동부는 공짜노동·과로사·주 40시간 위반 주범인 포괄임금제 금지를 위한 지침 발표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에스티유니타스 관계자는 “주간 업무시간이 49시간이 넘어가면 '슬랙'을 통해 당사자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알람이 간다”며 “지켜지지 않는 부서가 있다면 담당자를 엄중하게 처벌하고 회사 차원에서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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