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산곡동성당을 찾게 되면 대우차노조 김일섭 위원장을 '베드로'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김일섭 위원장을 비롯해 현재 산곡동성당에서 농성 중인 대우차노조 간부 9명이 30일 수도원 '샤미나드 피정의 집'(원장 김재복 수사)에서 그동안의 영세교육을 끝내고 세례를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월16일 정리해고 직후인 19일부터 대우차노조 집행부가 산곡동성당 거점농성에 들어간지 5개월만의 일.

이들 9명은 많은 노조활동가가 그렇듯이 처음부터 종교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5개월간 노조와 수도원과의 관계는 처음의 피신 장소를 제공하고 제공받는 관계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커나갔다는 설명이다.

특히 수도원과 교회측의 대우차 해고자를 위한 마음씀씀이에 감명이 컸다는 것이 해당간부들의 설명이다. 그동안 성당측은 '나가달란 말' 한마디 없이, 대우차 정리해고자를 위해 미사를 갖는가 하면, 정리해고자 중고교 자녀 73명에게 1년간의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런 배려로 애초 노조간부 11명이 지난 3월말부터 영세교육을 받기 시작, 수도원측이 일주일에 2∼3회씩 모두 마지막 27과까지 마칠 수 있었으나, 교육과정 중 이병희 조직실장, 이희만 문화부장이 구속되면서 11명 모두가 함께 하지는 못했다.

이날 '안드레아'란 세례명을 받은 박재건 부위원장은 "처음 이곳에 들어올 때 여기서 세례까지 받게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처음엔 교회 나가는 것도 어색했는데 해고자를 위한 미사를 가진 이후 자연스럽게 교회에 나가는 간부들이 많아졌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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