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4.6 월 16:35
상단여백
HOME 칼럼 연재칼럼 김형동의 노동현안 리포트
주한미군한국인노조 조합원들을 응원하며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늘 그렇듯이 노동자들의 삶이 가장 먼저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런 경우 유급휴가 처리가 가능한가요?”라는 질문이 많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업장 폐쇄를 사용자 책임으로 보고 근로기준법상 유급휴가 적용이 가능한지 물어 온다. 참 어렵다. 답답한 것은 행정부 그 어디에서도 이에 관한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나마 사정이 좋은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얼마간 버틸 수 있겠지만 영세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겪어야 할 고통은 아예 알 수도 없다.

이런 혼란 중에 잊히는 노동현안도 있다. 바로 주한미군한국인노조(위원장 최응식) 조합원들의 임금 문제다. 한미 간 방위비 협상이 지체되고 있다. 상대방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언제쯤 협상이 타결될지 그 누구도 알 길이 없다. 최근 미군측에서는 노동조합측에 무급휴직을 준비하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이 ‘주한미군 자체 운영유지 예산 전용이나 방위비 항목 중 인건비만 우선 타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 같은 제안까지 했을까만 참으로 무책임하다.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처지는 21세기 노예입니다.” 최응식 위원장이 한 말이다. 그는 줄곧 우리 정부의 우리 노동자들에 대한 태도를 비판해 왔다. “정부는 주한미군기지 이전을 위해 34조원이라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한국인 노동자들의 생활정착금이나 거주비에는 단돈 10원도 책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젠 더 이상 참지 않을 겁니다. 국민 세금을 가지고 미국 배만 불린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며 “우리나라 국민을 버린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스스로 우리 노동자를 ‘21세기 노예’로 몰아간 게 아닌가.

지금이라도 정부는 “걱정 마라. 우리 국민은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당당히 밝혀야 한다. 도대체 꺼릴 게 뭔가. 우리나라 시민으로 열심히 살아온 우리 조합원들이 무슨 죄인가.

문제의 근본 원인은 소파(SOFA·주한미군지위협정)에 있다. 노동조합은 줄곧 위헌적인 SOFA 개정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빈 약속’만 할 뿐이다. 대표적인 규정이 SOFA 17조3항이다. “본조의 규정과 합중국 군대의 ‘군사상 필요’에 배치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합중국 군대가 그들의 고용원을 위해 설정한 고용 조건, 보상 및 노동관계는 대한민국의 노동 법령의 제규정에 따라야 한다.” ‘군사상 필요’라는 요건의 해석은 지금까지 항상 주한미군에 맡겨져 왔다. 그 결과 임금, 부당징계까지 사용자측이 결정했다. 합동위원회가 결정하면 쟁의행위 결의도 의미가 없다. 조합원들은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한 그 어떤 노동기본권도 누리지 못했다.

이제는 근본적인 제도개혁을 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조합원들의 임금 지급 문제다. 주한미군 노동자들의 임금체불은 정부에서 책임져야 한다. 먼저 지급하고 협상 타결 후 정산하면 그만 아닌가. SOFA 규정은 그다음이다. 그중 노무조항이 핵심이다. ‘군사상 필요’가 아니라 무조건 우리나라 노동관계법을 따라야 한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의 조정이 결렬되면 즉시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70여년의 세월 동안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미군부대에서 일하는 국민들도 대한민국의 당당한 일원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실정법을 적용받지 못해 부당하고 불합리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그 존재조차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주한미군의 평택기지 이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인 근로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이 이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2015년 10월14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축사다.

필자의 기억으로 당시 토론회에 참여한 여야 각 당 책임자들은 저마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약속을 쏟아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오늘의 무급노동 강요다. 참으로 안타까운 5년이 지났다. 약속을 지켜라. 모두가 우리 정부를 지켜보고 있다. 이들에게도 코로나19 방역에 대응하는 노력의 절반만이라도 보여 달라. 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조합원들을 응원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형동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