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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살 박인 손
▲ <정기훈 기자>
생선은 대가리가 제일 맛있다고, 한겨울 맨손으로 다니면서도 손 시리지 않다고 아빠가 자주 말했는데 그게 다 거짓말이란 걸 나중에 알았다. 종종 팔씨름하느라 잡아 본 아빠 손은 온통 거칠었다. 굳은살이 두꺼웠고, 여기저기가 쩍쩍 갈라졌다. 시멘트 독 때문이라고 엄마가 말해 줬다. 장갑 좀 끼라는 엄마 잔소리가 부족했던지, 아빠가 장갑 낀 걸 지금껏 본 적이 없다. 집 안팎 이런저런 것들을 만들고 고치느라 여전히 바쁜 그 억센 손은 지금도 맨손이다. 두꺼운 굳은살을 장갑처럼 끼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손에는 오랜 밥벌이의 흔적이 남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밥 벌러 오늘 또 일터로 간다. 일하다 죽거나 다치지 않게, 또 적정한 노동조건을 요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노동조합으로 모였다. 좀 나아지자고 하는 일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였지만, 가시밭길이며 빙판길을 걷는 일이 되곤 한다. 노조를 인정하라는 말이 2020년의 싸움 구호다. 교섭 촉구하느라 길에 앉았다. 봄 가까운 줄 알았는데, 된바람에 눈발 날린다. 시린 손에 핫팩 쥐고 달래 본다. 빙빙 돌던 어느 설비에 손가락이 끼여 다쳤다는 동료의 이야기를 길에서 나눈다. 아들과 놀아 주지 못해 미안한 아빠 얘기에 주먹 들어 화답한다. 프라이팬 위 생선 뒤집듯 손등과 손바닥을 고루 핫팩에 꼭 붙여 지진다. 굳은살 박인 거친 손도 시린 법이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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