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지난 12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12명의 택배연대노조 조합원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이같이 판결했다. 김천·남김천·서김천 대리점과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택배노동자 12명은 2018년 11월 ‘노조인정과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상차작업이 이뤄지는 김천터미널에서 파업했다. CJ대한통운은 직영기사를 대체인력으로 투입했다. 조합원은 부패 등의 우려로 급히 배송할 필요가 있는 물품을 제외한 일반물품을 실은 택배 화물차량이 김천터미널을 빠져나가는 것을 막았다. 화물차 운전은 대체인력이 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 운송 영업을 방해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조합원을 고소했다.
“원청 직영기사라도 대체인력”
법원은 CJ대한통운이 파업 당시 투입한 직영기사가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 수행을 위해 투입된 당해 사업과 관계 없는 자”라고 봤다. 그 이유로 △김천터미널에서 일하는 택배기사와 대구·광주·서울 등지에서 근무하는 직영기사의 업무나 노무관리가 서로 일체돼 관리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김천터미널에서 택배업무를 수행하는 택배기사들이 파업한다고 해서 서울·부산·광주 등 전혀 다른 지역에 있는 집배점(대리점)이나 관련 택배기사들의 업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법원은 “대체근로로 파업 근로자들의 단체행동권이 침해되거나 교섭상 불균형이 생기지 않도록 제한해 (노조법 43조1항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피해자 회사(CJ대한통운)와 같이 전국에 여러 지점을 두고 택배사업을 하는 대기업의 소속 인원과 차량 규모를 고려할 때 ‘당해 사업’의 범위를 너무 넓게 해석할 경우, 피고인들의 단체행동권이나 교섭권이 형해화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CJ대한통운의 대체인력 투입은 노조법 위반”이라고 못 박았다. 또 투입된 대체인력이 일반물품을 싣고 김천터미널을 빠져나오려 한 것을 막은 행위는 “파업의 효율성을 확보·강화하기 위한 보조수단”이라며 “파업의 일체로서 업무방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거나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남은 판결에도 영향 미칠까”
김천지원 판결이 다른 판결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CJ대한통운은 2018년 11월 김천터미널에서 일하는 조합원을 포함해 당시 파업에 참여한 택배연대노조 조합원 700명 중 160여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을 담당한 조세화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CJ대한통운처럼 원청이 하청을 주고 다시 택배기사에게 하청을 주는 이중하청 구조에서 원청이 자신 소속(직영) 택배기사에 대체근로를 시킬 때도 (노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법원 판례가 별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고용노동부는 원청이 (직영)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자기 업무 수행에 해당해 대체인력 투입으로 볼 수 없다는 행정해석을 했는데 하급심에서 원청이 대체인력을 파견한 것도 노조법 43조 위반이라고 판결한 최초 사례로 알고 있다”고 판결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전 택배연대노조는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교섭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지난해 11월 사법부가 노조법상 근로자가 맞다고 판단한 지 세 달이 넘었지만 CJ대한통운은 여전히 노조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교섭을 촉구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노조의 교섭요구에 대해 “노조의 협상 대상은 대리점으로 현장에서는 이미 사실상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판결이 내려진 대리점은 협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사는 행정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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