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취소요? 많죠. 2월에 있는 공연은 죄다 취소됐고요. 연기수업도 두 군데 정도 휴강했어요. 2월 한 달 동안 수입이 적어서 다음달 어떻게 생활할지 막막하죠.”

뮤지컬·연극 배우 A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기획사 몇 곳과 구두로 계약을 맺고 2월 한 달간 대전과 광주·부산 등에서 10회 넘게 뮤지컬 공연을 할 계획이었지만 모두 무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때문이다. A씨는 “공연과 동시에 지방자치단체 소속 문화센터 강의도 병행하고 있었는데 문화센터도 모두 코로나19 때문에 휴관해 다음달 생활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행사나 공연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공연예술인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공연예술인들은 “1~2월은 원래 행사·공연 비수기”라면서도 “코로나19 영향으로 그나마 있던 공연마저 취소되고, 공연이 진행돼도 관객이 많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기획사도 힘든데 보수 지급 요구하기 어려워”

16일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한 공연예술인들 사정도 다르지 않다. 연극배우인 이종승 공연예술인노조 위원장은 극단과 구두계약을 맺고 이달 각각 지자체와 노조 주최 행사에서 공연하려 했지만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극단 대표는 행사에 맞는 작품을 구상하고 준비하다 중단했고, 배우들도 노래·대본 연습을 그만뒀다.

이종승 위원장은 “배우들은 공연을 위해 10일가량 준비하고 연습했지만 그 대가는 전혀 받을 수 없었다”며 “실제 무대에 올라 출연한 횟수당 보수를 받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준비 초기 단계에서 공연이 취소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라며 “공연 수입이 없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공연과 연습시간 때문에 다른 일을 할 기회를 놓쳐 버린 것도 문제”라고 토로했다.

연극배우 B씨도 “원래 엊그제 공연이 잡혀 있었지만 취소됐다”며 “다음달에도 극장 공연이 잡혀 있는데 취소될 것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연예술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배우들은 극단이나 기획사 등과 계약을 맺고 무대에 오른다. 극단에 속한 경우 대부분 구두계약을 맺는다. 그렇게 구두계약을 맺고 준비를 한 뒤 무대에 오르면 공연 수입의 일부를 배분받는 경우가 많다. 명문화된 계약서가 없으니 준비기간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기도 어렵다.

기획사를 통하는 경우, 공연 준비기간 중간에라도 계약서 또는 협약서 등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지만 코로나19 같은 천재지변에 가까운 상황은 기획사 귀책사유가 아니기 때문에 보상을 요구하기 어렵다. 이종승 위원장은 “사실 코로나19 같은 이유로 갑자기 공연이 취소되면 배우는 연습한 비용만 못 받는 것으로 그치지만 기획사는 그동안 투입한 비용까지 못 돌려받아 손해가 더 크다”며 “기획사와 배우 모두 피해자인 상황인데 배우들이 무조건 기획사에 비용을 달라고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연 취소 부담 개인이 떠안아야 하나”

예술인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높다. 이씬정석 전 뮤지션유니온 위원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공연 취소 상황에 대해 납득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이럴 경우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정부·기관에서 지원금을 주는 등의 고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종승 위원장은 “공연 취소에 따른 부담을 개인이 다 떠안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정책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지난 12일 대규모 행사 등을 개최할 때 주최 기관과 보건소가 참고할 수 있는 ‘집단행사 권고 지침’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지침에서 주최기관이 집단행사를 전면 연기하거나 취소할 필요성은 낮으며,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방역적 조치를 충분히 병행하며 행사를 추진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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