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이자제약 노동자들이 법인분리와 영업양도·합병으로 인한 조직개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3일 제약노동계에 따르면 글로벌 화이자는 혁신사업부와 주력사업부로 이뤄진 조직을 바이오팜사업부·컨슈머헬스케어사업부·화이자업존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글로벌 화이자 방침에 따라 한국화이자제약도 지난해 5월 특허가 유지되는 약품을 판매하는 한국화이자제약과 비특허 약품을 판매하는 한국화이자업존으로 법인을 분리했다. 그런데 화이자업존으로 분리된 지 두 달 만에 복제약(제네릭) 제조회사 마일란과 합병을 발표했다. 합병기업 이름은 비아트리스다. 독립법인으로 운영한다. 올해 5월께 합병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비아트리스는 2023년까지 10억 달러(1조2천억원) 규모의 비용절감 프로젝트도 같이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승욱 한국화이자제약노조 위원장은 “회사가 법인분리를 결정하고 전적하라고 요구하면 노동자는 거부할 길이 없다”며 “회사에 고용보장과 근로조건 승계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출범하지 않은 비아트리스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화이자는 영양제를 판매하는 컨슈머헬스 사업부도 분사한다. 이미 영국계 다국적 제약사 GSK와 영업양도·양수 계약이 체결돼 이달 24일이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합병 이후 탄생할 법인은 화이자와 GSK가 각각 32%, 68%의 지분을 보유한 조인트 벤처 방식으로 운영한다.

컨슈머사업부 소속 노동자들이 속한 pfizer노조(위원장 박운규)는 한국화이자제약과 GSK를 상대로 기존 노동조건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결정권을 가진 GSK가 교섭의무는 지지 않기 때문에 협상에 진전이 없다는 점이다. 노조는 단체협약에 대한 포괄적 승계를 요구했지만 GSK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박운규 위원장은 “GSK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대한 동의를 전제로 한 전적 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전적 동의는 개별동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은 집단동의가 필요한 사항인데 전적시 불이익한 근로조건 변경에 찬성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말은 직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GSK가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화이자제약에 잔류한다는 방침이지만 소속 사업부가 사라지면 고용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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