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또 바뀌나요?” 일자리위 부위원장이 다시 선임됐다는 뉴스를 듣고 언론사에 다니는 지인에게 물었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려웠다. 일자리위 부위원장으로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벌써 사임이라니. 그의 답은 부위원장으로서 정한 임기가 다 됐기 때문이란다.

답답하기만 한 이 마음은 뭘까. 일자리위 위원장을 대통령이 자임하고 모든 국정운영의 중심에 일자리를 두겠다고 했다. 그 유명한 일자리현황판까지 만들지 않았나. ‘노동존중 사회’와 함께 새로 출범한 정부의 가장 핵심적인 공약이었다. 3년도 되지 않은 지금 일자리위 존재를 알고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아직도 일자리위가 있나요?”라고 묻는 이가 더 많지 않을까. 일자리위가 내세울 만한 눈에 띄는 성과도 없다. 인간의 존엄과 노동권을 온전하게 보장받는 일자리수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늘 따라 현황판 수치가 궁금할 따름이다.

더 심각한 것은 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역대 부위원장이 일자리위를 대하는 태도다. 1대 부위원장은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일자리위를 떠났고, 2대 부위원장도 임기 때문만이 아니라 다가오는 4월 총선에 출마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는 소문이다. 정치활동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되고 지역이나 국회에서의 활동이 일자리 만들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씁쓸하다. 세간의 혹독한 평가처럼 노동자들을 위한 일자리 만들기가 아니라 자신들의 일자리 만들기에 일자리위를 활용한 것은 아닌지. 일자리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5년 내내 그 자리를 지키면서 일자리 컨트롤타워가 돼야 하지 않겠나.

일자리 정책뿐 아니라 노동정책도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라는 말을 아직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안타깝다. 이런 평가는 일부의 의견이 아니다. 노동현장의 목소리다. “[행정부처 여론조사] 고용부 17위, 조사 이래 최하위 … 직무급제 영향” 2월11일자 뉴스다. 여론조사기관이 행정부를 상대로 한 월례 정책수행 평가 결과다. 조사대상 18개 부처 중 17위. 그동안 해 온 조사 이래 최하위란다. 100점 만점에 37.1점. 이 정도면 명백한 과락이다.

해당 조사기관은 고용노동부가 밝힌 호봉제에서 직무급체계로의 임금체계 개편이 부정적인 의견 증가의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직무급제로의 임금체계 개편은 경제성장률 정체 등의 상황으로 볼 때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직무급제로의 급격한 전환이 얼마나 위험하고 정의롭지 않은지는 임금 전문가들이 이미 했던 논증만으로도 충분하다. 노동기본권과 사회안전망 등 직무급제를 도입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도입한 직무급제는 임금삭감의 합법적인 도구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부가 얻은 초라한 점수의 가장 큰 원인이 직무급제 도입일까. 대외적으로 처한 어려운 외부 환경만 탓하면 그만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앞서 소개한 일자리위의 문제도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핵심에는 공약한 노동행정이 지켜지지 않은 데 있다. 시작과 동시에 정부는 노동시간단축, 노동기본권 보장을 약속했다. 그런데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은 물론 헌법불합치 결정까지 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조차 개정하지 못하는 게 정부의 실력이다. 그나마 노동기본권 보장은 입법부 핑계라도 댈 수 있다.

노동시간단축은 정부가 위법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노총은 12일 ‘불법연장노동 신고센터’를 열었다. 얼마 전 노동부가 발표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확대시행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한국노총은 물론 산하 연맹과 지역본부·지부, 각 상담소에서 노동시간의 불법적인 연장 행태를 신고받고 구조한다. 수집된 사례를 검토한 후 양대 노총은 행정소송 및 위헌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위법한 노동시간 정책을 두고만 볼 수 없다.

전부는 아니지만, 여론조사는 오늘의 노동현장이 노동정책에 대해 갖는 실망과 수치의 단면인 것만은 분명하다. 37.1점이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지적해 온 잘못된 방향과 노동행정이 바로잡히지 않고 차곡차곡 쌓인 결과다. 그리고 어쩌면 0점이 될 수도 있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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