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영화 촬영현장에서 일하는 감독급 스태프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판결했다.

12일 전국영화산업노조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은 지난달 22일 검찰이 A영화제작사 대표 ㄱ씨를 감독급 스태프 체불임금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사건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피고인 ㄱ씨는 항소한 상태다.

사건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술감독·현장편집기사·촬영감독·녹음감독 등 7명은 A사와 ‘극영화 <아버지의 전쟁> 스태프 계약서’라는 도급계약을 맺고 일을 시작했다. 1998년 판문점에서 발생한 고 김훈 중위 의문사 사건을 다룬 <아버지의 전쟁>은 투자사·제작사 간 마찰로 촬영이 중단됐다. 촬영에 임했던 스태프들은 일방적인 촬영중단 통보를 받았고, 밀린 임금을 받지 못했다.

2018년 스태프들은 고용노동부에 A사가 체불임금과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도록 해 달라고 진정을 제기했다. 당시 현장스태프들은 감독급 스태프처럼 도급계약을 맺고 일했지만, 체불임금확인원을 받아 법원 지급명령을 거쳐 체당금을 받았다. 지난해 대법원은 현장스태프가 근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감독급 스태프는 제외됐다. 제작사는 “미술감독·현장편집기사·촬영감독·녹음감독 등 감독급 스태프는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계약으로 제작사와 지휘·감독 관계에 있지 않아 근로자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동부지법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감독급 스태프는 같이 일할 직원을 추천하고 피고인(영화제작사 대표)이나 프로듀서(PD)로부터 거의 지휘를 받지 않고 업무를 수행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감독급 스태프의 급여는 기간을 정해 총액으로 약정돼 특정한 업무의 완성을 목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도급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노조는 이날 “감독급 스태프의 근로자성 인정 1심 판결을 환영한다”며 “제작사는 감독급 스태프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도급계약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제작사에 영화 스태프와 표준근로계약서를 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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