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4개 부문 상을 석권하며 방송·영화계 표준근로계약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기생충은 스태프와 제작사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준수하며 제작한 일이 익히 알려져 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11일 성명을 내고 “한국영화가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며 성장하는 동안 방송은 노동자를 탄압하며 몰락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방송계는 기생충 사례를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제작 노동자와 영화제작 노동자는 영상물 제작이라는 유사한 일을 하지만 노동조건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을 맺고 일하는 경우가 많아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못하거나 장시간 노동을 하기 일쑤였다. 영화계는 2000년대 초반부터 4대 사회보험 보장과 초과근무수당 지급, 계약기간이 명시된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운동이 일었다. 이 운동은 2010년대에 들어서야 방송계로 확산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영화는 2015년 36.3%, 2016년 48.4%, 2017년 75.4%, 2018년 77.8%로 늘어났다. 반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방송제작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표준근로계약서 체결 비율은 2018년 25%, 지난해 38.6%로 나타났다.

언론노조 관계자는 “영화계 노동환경이 점차 개선되는 사이 방송현장 환경은 노동착취라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재학 PD 사건이 이를 잘 보여 준다”고 말했다. 최근 목숨을 끊은 CJB청주방송 이재학 PD는 정규직 PD와 같은 일을 하면서 14년간 프리랜서로 일했다.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다 해고됐고, 표준근로계약서 체결 등 근로관계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패소했다.

센터는 “제작사들은 <기생충>에서 나타난 표준근로계약서 작성과 노동자 권리 존중을 방송계로 확산해야 한다”며 “노동자 존중 없이는 한국 방송의 미래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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