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자신을 “모난 돌”이라고 소개하는 사람. 보통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하는데 그는 성별 불평등과 차별이 만연한 한국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기꺼이 모난 돌이 되겠다고 한다. 민주노동당 시절 지역구 여성할당제를 도입하며 남성들에게 많은 지적을 받았던 그는 이제 “노동자·서민·여성·청년·소수자를 위해 21대 국회에서 모난 역할을 하겠다”고 말한다. 결혼과 임신·출산으로 경제활동을 접어야 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82년생 김지영법’ 제정과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국회의원 특권 해체, 안전한 먹을거리 보장이 그가 21대 국회에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며 바라는 세상이다. 그는 21대 총선에서 당선해 “정의당을 원내교섭단체를 넘어 집권정당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정의당 비례대표 예비후보로 나선 박인숙 정의당 여성안전특별위원장(54·사진)의 이야기다. 인터뷰는 지난 7일 오후 인천 계양구 인근에서 진행됐다.

“33년 진보정치 한길”

- 비례대표 경선에 참여한다.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이 된 2004년부터 직업 정치인으로 진보정치를 책임지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정치인과 정당의 가장 큰 미덕은 선거에 출마하고, 후보를 내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네 번 지역구에 출마했다. 21대 총선은 선거제 개혁 후 치르는 첫 선거이자 정의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되는 선거이기도 하다. 새로운 국면에서 치러지는 선거에서 배출될 첫 국회의원은 누가 돼야 할까. 33년간 사회를 변혁하기 위해 현장과 지역에서 진보정치를 이끈 사람이 돼야 한다. 저는 이번 기회를 통해 정의당을 집권정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33년간 진보정치 한길을 걸어온 원동력은.
“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킨 경험이다. 사회 변화의 과정에서 확신을 가지고 함께 뛰고, 그 변화를 만들어 내면서 즐거움을 느꼈다. 당시 소망이 민주노총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실제 만들었지 않나. 87년에 노조를 만들고 싸우는 과정에서 여성노동자 30여명이 지하실에 감금돼 폭행을 당했다. 그때 폭행을 하던 그 사람들의 당당함에 분노가 일었다.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을 때까지 싸우겠다는 결심을 그때 했다.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은 제 자신과의 약속이자 정치활동의 이유다.”

- 여성안전특위는 어떤 조직인가.
“몇 년 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통해 여성들이 국가에 물었다. ‘여성이 안녕할 수 있는 사회냐’고. 국가와 국회에 디지털 성폭력 문제 해결을 요구했는데 광장의 목소리가 국회 담장을 넘지 못했다. 관련 법안이 200여개 발의됐지만 20여개밖에 통과되지 않았다. 여성들은 여전히 ‘국가란 존재하는가’를 묻고 있다. 이제 그 목소리를 정치가 해결해야 한다. 여성안전과 관련한 문제는 직접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안전한 친환경 먹거리까지 범위가 굉장히 넓다. GMO(유전자변형 농산물)나 농약 등에 취약한 사람이 아이들과 여성이다. 여성안전특위는 성폭력을 포함해 여성의 안전한 삶을 위한 의제를 다루고 해결해 나가는 위원회다.”

모든 노동자에게 기본권 보장·82년생 김지영법 공약

- 총선에 출사표를 던지며 다섯 가지를 공약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82년생 김지영법·국민먹거리보장기본법·투명노동자 보호법·1인 가구 안전지원법 등 5대 입법계획을 공약했다. 현재 정치에 대한 불신이 굉장히 크다. 국회의원에 의한 국회가 아니라 국민에 의한 국회로 돌리기 위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필요하다. 신뢰받는 국회, 특권과 기득권을 해체하는 2차 정치개혁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선거의 쟁점은 경제다. 그런데 어떤 관점의 경제인지가 중요하다. 자본의 축적이 담보되는 경제냐, 노동자·서민에게 도움이 되는 경제냐다. 그런 면에서 심각한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무주택자 거주보장 등에 대한 고민도 있다. 노동 관련해서는 플랫폼 노동처럼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권리보장 문제 해결을 담았다. 정확한 사용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일하는 모든 사람의 권리보장 측면에서 입법활동을 하고자 한다.”

- 여성과 먹거리 안전 관련 의제가 눈에 띈다.
“성평등 사회를 위한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 국가 시스템을 바꿀 때가 됐다.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직속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안 되고 있지 않나.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다.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감한 국가 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 어떤 사안이 이슈가 되면 입법만 해 놓고 사후관리는 하지 않는다. 성평등 문제와 관련해 입법에서부터 관리와 점검까지를 맡는 국가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먹거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민먹거리보장기본법을 제정해 국가가 국민 건강과 도농상생, 기후위기에 따른 먹거리 생산방식 전환 등의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유리천장이 존재한다.
“국회의원은 평균 나이 55세, 남성이 주를 이룬다. 지난 선거제 개혁은 ‘국민을 닮은 얼굴로 국회를 바꿔 달라’는 시대적 요청이었다. 여성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경제적 독립과 사회·문화적인 인정, 마지막으로 여성 대표성이다. 현재 국회 내 여성의원은 17%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역대 최대치다. 21대 국회에서는 17%의 벽을 넘어야 한다. 국회에 진출한 여성들이 여성 의식이나 여성의 삶에 관심이 없다면 문제다. 여성의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정치로 풀어야 한다.”
 

▲ 정기훈 기자

“선당후사로 진보정치 비전 제시해야”

- 소위 말하는 ‘경력단절여성’ 관련 문제도 심각하다.
“82년생 김지영법을 만들고 싶다. 그동안 경력단절여성과 관련한 정부 대책은 사후약방문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슈퍼우먼방지법을 내 반향을 일으켰다. 육아와 돌봄에 부모 공동책임을 강조하며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와 육아휴직 급여액 인상 등을 담았다. 슈퍼우먼방지법을 보완해 여성의 결혼과 임신,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방지하는 82년생 김지영법을 만들 예정이다.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경력이 이미 단절된 상태에서 재원을 쏟아붓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안전망을 확충하는 동시에 사회적 실패 또는 낙오자로 낙인찍는 ‘경단녀’라는 표현을 없애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 지난해 당 부대표 선거 당시 선당후사를 강조했다. 지금 국면에서 중요한 말인 것 같다.
“정당활동에서 선당후사는 굉장히 중요하다. 지난달 30일은 민주노동당 창당 20주년이었다. 진보정치 20년간 부침이 있었다. 숱한 사람이 선당을 했다. 어려움 속에 당이 해체되고 다시 만들어지기를 반복하다 지금 원내교섭단체를 넘어 진보집권을 바라보는 행복한 시기를 맞은 것은 선당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당만 있어서는 안 된다. 후사가 공정하게 됐을 때 또 다른 이들에게도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묵묵히 일하며 진보정치에 20년 이상 발을 담근 사람들이 있다. 인기투표하듯 명망성만을 봐서는 안 된다. 나는 모난 돌이다. 민주노동당 시절 지역구 여성할당제를 만들며 남성 기득권으로부터 많은 문제제기를 받았다. 국회에 들어가서도 노동자·서민·여성·청년·소수자들을 위해 모난 역할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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