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전문기업 롯데상사의 쌀 대량수매 약속 불이행으로 도산한 가나안당진미곡종합처리장(RPC)이 롯데상사의 갑질과 고소로 이중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김영미 전 가나안당진RPC 대표 등이 지난 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는 협력사 피해를 보상하라”고 촉구했다. 김 전 대표에 따르면 농업회사법인 가나안당진RPC는 2004년 롯데상사에서 RPC 공동설립과 원적미 독점납품 제안을 받았다. 롯데상사는 일본 가네코농기에 외상으로 농기계 지원을 요청했고, 가네코농기는 40억원어치의 농기계를 가나안당진RPC에 보냈다. 가나안당진RPC는 롯데상사의 쌀 대량구매 약속을 믿고 2005년 충남 당진에 100억여원을 들여 공장을 완공했으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가나안당진RPC는 2009년 결국 도산했다.

김 전 대표와 피해 농민들이 배상을 요구하자 롯데상사는 “김 대표측에 RPC 건립을 제안한 적도, 쌀 구매를 약속한 적도 없다”며 “가네코농기에 기계를 보내 달라고 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롯데상사의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요시오 요시오카 가네코농기 부장은 “2004년 9월 롯데그룹에서 시게오 전무 앞으로 보낸 공문에서 ‘가네코의 농기계를 외상으로 보내 달라, 채무를 책임지겠다’고 했다”며 “당시 팀원들과 함께 한국에 와 1개월 동안 가나안에 기계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희 회사 한국 담당자이자 본 프로젝트를 맡았던 팀장은 가나안이 부도나자 한국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롯데상사는 가네코농기에 보낸 공문을 부정하며 김 전 대표를 사문서 위조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태다. 김 전 대표는 “롯데의 갑질에 한 번 무너지고,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소송을 거는 롯데로 인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향해 “을들을 돌아봐 달라”고 호소했다. 추혜선 의원은 “롯데는 책임회피와 거짓해명을 이제 그만 멈추고 갑질 피해자들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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