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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확진자 지나간 자리] 사업장 폐쇄로 일 못하게 된 특수고용직 ‘생계 막막’택배·방과후강사 “건당 수수료·강의료가 수입의 전부인데 … 정부는 대책 없어”
▲ 전국우체국택배노조가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방역물품의 신속한 지급과 생계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하루하루 노동의 대가를 받아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격리조치로 갑갑하게 됐습니다. 새학기가 곧 시작되는데 아들 등록금이며 차량할부금·전세금 이자, 생각하면 막막하고 답답합니다. 어디 가서 막노동이라도 해야 하나 생각이 들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 근무지로 5일 임시폐쇄된 광주우편집중국에서 일하는 위탁택배 노동자 A씨가 답답함을 토로했다. A씨는 우정사업본부 자회사인 우체국물류지원단과 계약한 특수고용 노동자로 휴업급여 지급 대상이 아니다. 배달 건당 수수료가 곧 임금이 되는 이들은 일을 하지 못하면 수입이 0원이 된다. 우체국물류지원단에 따르면 A씨처럼 광주우편집중국에서 일하다 자가격리 조치된 위탁택배 노동자는 모두 117명이다.

정부가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와 접촉한 이들을 2주 동안 자가격리 조치하고 있지만 특수고용 노동자의 생계대책은 마련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계는 “이번 사태로 특수고용직이 근로기준법과 4대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정부는 특수고용직의 생계 보전을 위한 재원을 긴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안전보건조차 차별받는 특수고용직”

전국우체국택배노조(위원장 윤중현)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고용직인 위탁택배 노동자들에 대한 생계 대책과 기준 자체가 없는 실정”이라며 “우정사업본부는 택배노동자에게 방역물품을 신속히 지급하고 정부는 차별 없는 지원 대책을 실시하라”고 밝혔다. 특수고용직의 차별은 생계대책에서 그치지 않았다. 노조는 “위탁택배 노동자의 절반은 이날까지 마스크와 손세정제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동서울우편집중국 소속 서울강남우체국에서 일하는 박대희(40)씨는 “동서울우편집중국에는 저와 같은 위탁배달원 400여명과 택배 분류작업을 돕는 기간제 노동자인 우정실무원 400여명, 우체국 직원 200여명 등 1천여명의 노동자가 매일 작업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마스크는커녕 손세정제조차 비치하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동서울우편집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23명으로 늘어난 이날 위탁택배 노동자 1인당 마스크 한 개씩을 처음 지급했다.

초등학교에서 미술공예·논술·외국어 등을 가르치는 방과후강사들도 학교 휴교 조치로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2월은 겨울방학 기간이지만, 적지 않은 학교가 방학 중 수업(방과후학교)을 운영한다. 전남 순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방과후강사 B씨는 “한 달 동안 휴교하기로 결정하면서 앞으로 이번달 여섯 번 남은 수업을 하지 못하게 됐다”며 “우리들에게는 수업료 10여만원씩이 모여 한 달 생계비가 되는데 그냥 학교방침이니 쉰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니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B씨는 “지금 같은 시기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마음으로는 울어도 말(항의)은 못한다”고 토로했다. 방과후강사는 시간당 강의료 3만2천원가량을 받는다. B씨는 주 2회 학교에 나가 수업을 진행했는데 3주 동안 수업을 하지 않게 되면서 20만원가량을 받지 못하게 됐다.

홍창의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지부 사무국장은 “대리운전 노동자나 퀵서비스 노동자의 경우 여러 업체에 등록해 일하는 경우가 많아 대책을 마련하기 더 어렵다”며 “현재 노조가 노동자에게 예방조치를 안내하고 마스크를 나눠 주는 선전전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특수고용직 생계대책 마련해야”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 정책으로 일손을 놓게 된 특수고용 노동자의 생계대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윤중현 위원장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도 고용노동부는 비정규 위탁계약직의 경우 휴업수당 등의 기준이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확인해 본 바에 따르면 아직도 기준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당장 노동부에서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며 “자영업자 생활지원금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라고 했다.

최민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특수고용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해 4대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사실이 이번에 극적으로 드러났다”며 “정부는 모든 산업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장 방역을 위해 시급히 폐쇄 조치를 취해야 하는 업종·산업의 특수고용 노동자 생활비를 보전해 줄 수 있는 재원을 긴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체국물류지원단 관계자는 “국내 손소독제와 마스크 품절사태로 경인 등 일부 지역에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며 “배달중지 기간 동안의 생계비 지원은 정부 지원방침에 따라 다방면으로 검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날 우체국물류지원단이 위탁택배 노동자 3천662명 중 2천256명(61.6%)에게 마스크 보급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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