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열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지난해 1년 동안 노동조합에 가입한 인원이 24만3천명이었다고 한다. 2018년 말 기준 노동조합 조직률은 기존보다 1.1% 증가한 11.8%를 기록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에서 근무하는 변호사로서 너무 반가웠다. 노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의 의식 수준은 시대를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 법률원에 들어온 지 1년이 약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피부로 느낀 것 중 하나는 힘겹게 노동조합을 설립한 노동자들이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 장밋빛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었다.

현재 진행형인 사용자의 노조파괴

2018년 12월31일 노조를 설립하고 금속노조에 가입한 일진다이아몬드지회는 지난해 6월30일부터 지금까지 전면파업을 하고 있다. 2019년 1월21일 지회의 교섭 요구로 시작한 단체교섭은 노동조합에 조금의 양보도 할 수 없다는 회사 입장에 가로막혀 1년 넘게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지회 요구가 과도한 것도 아니다. 지회는 그동안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삭감한 상여금 일부를 복구하고, 회사의 노조에 대한 존중을 문구로 표시해 달라고 요구했을 뿐이다.

보다 노골적인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곳도 있었다. 에이에스에이지회는 지난해 8월1일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그러자 회사는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진 직후 지회장을 비롯한 지회 간부들을 표적 삼아 전적을 감행했다. 사용자 입장은 명확했다. “금속노조와는 함께할 수 없다.”

이처럼 노조파괴를 감행하는 다수 사용자들은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서라면 손해가 발생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회사가 문을 닫는 한이 있더라도 노동조합에 양보할 수 없다거나, 대화를 통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에도 막대한 돈을 소송비용으로 낭비하기도 한다. 사용자의 이런 맹목적일 정도의 노조 적대행위는 가히 노조 “혐오”라고 불러도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끔찍한 것처럼, 사용자들의 노조 혐오도 수많은 노동자들을 고통에 빠트리고 있다.

이미 많은 사업장에서 여러 차례 노조파괴 광풍이 지나갔다. 노조파괴를 주도한 창조컨설팅 대표와 유성기업을 비롯한 사용자들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수의 사용자들은 노조파괴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 최근에도 삼성의 체계적이고 악랄한 노조파괴 행위가 밝혀져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에게 1심에서 유죄 판결이 선고된 바 있다. 노조파괴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노조하기 너무 어려운 나라

한국은 노조하기 정말 어려운 나라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성이라는 좁은 문을 뚫고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하더라도 노동자들은 사용자의 온갖 부당노동행위와 마주해야 한다. 언론이 만들어 낸 편견에도 시달린다.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을 굳건히 건사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노동사건을 하면서 노동조합 설립신고는 노조 건설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노동조합이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그 존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지 않으면 노동조합도 존재할 수 없다. 그 투쟁의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스스로 권리를 되찾고, 동시에 사업장을 노동자들의 것으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더 이상 사용자는 사업장의 왕이 아니다. 사용자의 반헌법적인 부당노동행위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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