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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시스템 구멍 낸 신라면세점] 신종 코로나 확진자 다녀갔지만 협력업체 노동자는 몰랐다신라면세점, 보건당국 12번째 확진자 통보 뒤 다음날 노동자에게 알려

신라면세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12번째 확진자 방문 사실을 보건당국에서 통보받고도 6시간 넘게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12번째 확진자는 지난달 일본에서 입국한 중국 남성으로 20일과 27일 서울 중구 신라면세점 서울점을 한 차례씩 방문했다.

신라면세점은 보건당국에서 지난 1일 오후 6시30분께 12번째 확진자가 서울점에 두 차례 들렀다는 사실을 전달받았다. 저녁 8시30분 폐점한 뒤 30분가량 추가근무하고 퇴근할 때까지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신라면세점이 노동자들에게 알린 시각은 2일 새벽 1시께였다.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판매서비스 노동자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확진자가 머무른 곳으로 알려진 사업장 혹은 전염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 산업·직군의 경우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정부가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회관계망서비스로 임시휴업 결정 알게 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부루벨코리아지부(지부장 김성원)에 따르면 이날 신라면세점은 협력업체 노동자에게 “12번째 확진자가 20일 서울점에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며 “2월2일 서울점은 임시휴업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면세점에는 다양한 명품·화장품·의류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는데 각 매장 판매직원은 신라면세점 직원이 아니라 대부분 협력업체 소속이다.

지부는 “신라면세점이 (노동자들이 아닌) 중국인 가이드들에게 먼저 사실을 알리고 2일 영업을 중지한다는 안내를 보냈다”고 비판했다. 일부 현장 노동자들은 임시휴업 사실을 중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위챗(WeChat)이나 중국인 관광객을 신라면세점 서울점에 안내하는 여행가이드에게 듣고 알게 됐다. 김성원 지부장은 “12번째 확진자가 들른 것으로 알려진 브랜드의 한 매장 직원은 별다른 증세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본인이 확진자와 접촉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 알게 됐다며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라면세점측이 임시휴업 조치를 취하겠다고 외부에 알리면서 일부 노동자에게 출근하라는 문자를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신라면세점은 협력업체 노동자에게 “(판매 제품을 공항에 배송하는) 업무 처리가 남아 있는 브랜드는 출근해 (업무를) 완료하고 퇴근해 달라”고 했다. 임시휴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외국인·내국인 관광객이 시내 면세점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이 상품은 공항으로 배송되고 고객은 공항에서 자신의 물건을 찾는다.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포장해 공항으로 보내지 않으면, 판매가 완료되지 않는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감염병 위기경보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되면서 매일 자체 방역을 하다가 29일에는 전문기관 방역을 실시했다”며 “전격적으로 휴업을 결정하면서 추가적인 방역·매장 뒷정리와 후속조치를 위해 필수 인력이 출근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 신라면세점이 2일 새벽 협력업체 노동자에게 보낸 문제메시지 화면 갈무리.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부루벨코리아지부

“사업주 조치의무 구체적이어야”

지부는 “임시휴업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출근해 업무를 보게 하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며 “서비스 노동자 감염예방은 노동자만이 아니라 소비자에 대한 보호 조치”라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한 사업장 대응 지침’을 지난달 29일 내놓았다. 해당 지침에는 “사업장 내 추정 또는 확진환자 발견시 ”사업주가 해야 할 조치를 서술해 놓았지만 확진자가 다녀간 사업장임을 알게 됐을 때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노동자 보호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신라면세점이 노동자들에게 확진자 방문사실을 늦게 통보한 것에 대해 조치를 취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질병관리본부에서 해당 노동자들이 밀접 접촉자인지 일반 접촉자인지 확정해 주지 않은 상태에서 일괄적으로 작업중지를 내리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산업안전보건법 51조는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에서 대피시키는 등 안전 및 보건에 관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사업주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은 “현재 정부는 병원과 확진자의 동선을 밝히는 등 대국민 정보공개를 중시하고 있는데 이와 함께 사업장 단위의 통보를 엄밀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단적 감염위험이 있다면 보건당국 통보가 사업주와 노동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 체계를 세워야 한다”며 “정부가 사업주 조치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지침을 내려보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학태·강예슬 기자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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