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위원장 김형선)의 낙하산 반대 운동이 한 달 만에 마무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부와 기업은행은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관계기관과 협의해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는 데 협력하기로 잠정합의했다.

지부는 이달 3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로비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했다. 전날 청와대가 임명한 윤종원 기업은행장 출근을 이날까지 25일째 막고 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 지부는 윤 행장에 대해 “금융업 근무 경력이 없는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라고 주장했다.

지부는 정부와 여당에 △정책협약 파기에 대한 사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기업은행장 임명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는 과거 두 차례 기획재정부와 청와대 관료 출신을 기업은행장으로 내정했다가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에 밀려 철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후보 시절 금융노조와 “낙하산 인사 근절”이 담긴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지부는 “요구안이 수용되면 출근저지를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한국노총 27대 임원 선출을 위한 정기선거인대회에서 당선한 김동명 위원장 당선자와 이동호 사무총장 당선자가 지부의 출근저지 투쟁에 합류했다. 지부의 출근저지 투쟁은 금융권 기록을 갱신했다. 기존에는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의 14일 출근저지가 최장이었다.

설연휴를 전후해 지부와 여당, 금융당국이 사태해결을 논의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은행연합회를 찾아 기업은행 낙하산 사태에 유감을 표명했다. 지부 관계자는 “28일 오전 출근저지 집회까지 한 뒤 오후 본점 분회장 총회를 거쳐 잠정합의안 인준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인준이 이뤄지면 출근저지 투쟁을 종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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