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다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2. 17. 선고 2018고합557·704·756·828·918·926·927·1025·1045, 2019고합20·442(모두 병합) 사건

1. 대상판결 주요 판단 내용

대상판결에서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과 쟁점별 주요 판단은 다음과 같다.

가. 그룹 차원의 노조파괴 전략 수립 및 실행 관리

법원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이라 한다)-삼성전자 등 각 계열사-자회사 및 협력업체로 이어지는 노사전략의 실행 및 보고 체계가 존재함을 확인하며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범행이 이 사건 범행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미전실은 회장 이건희, 부회장 이재용을 정점으로 하는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각 계열사 업무를 조정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미전실 인사지원팀 노사파트는 그룹 전체의 노사 문제를 다루면서 각 계열사 및 그 자회사와 협력업체에 이르기까지 주요 노사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각 계열사 직원들을 파견받아 구성한 ‘신문화 T/F’를 설치·운영하는 등 삼성그룹의 ‘비노조 경영 방침’을 구체화시켜 노사정책을 지휘·감독했다.

삼성은 ‘노조는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방해물’이라는 인식하에 매년 ‘그룹 노사전략’을 수립한 후 정기적인 사장단 세미나, 임원 교육, 노사 담당자 교육 등을 통해 전 계열사에 순차 지시하고(대상판결에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설립 전인 2003년, 2006~2009년 그룹 노사전략 문건도 언급됨), 노사관리 능력을 평가항목에 포함해 각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전체의 업무능력을 평가했다. ‘그룹 노사전략’ 주요 내용은 미전실 주관 계열사별 복수노조 대응태세 점검, 노조대응 전략 전파를 위한 그룹 화상회의 실시, 무노조 경영 철학을 견지할 수 있는 임직원 정신교육 강화, 노조원 개별 탈퇴 유도를 통한 노조 조기 와해, 노조 발생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거나 기존 노조 와해를 위한 인력(공인노무사 자격 소지자 등) 충원, 노조를 설립(‘사고’로 칭함)하거나 노조활동을 할 것으로 우려되는 소위 ‘문제인력’에 대한 동향 파악, 지속적인 채증 등을 통해 형사고발·징계 등의 방법으로 압박, 노조 대응 활동을 위한 비상상황실 설치·운영, 교섭 과정에서 단체교섭 지연을 통한 노조 장기 고사화(故死化), 진성노조가 설립되거나 설립될 것이 예상되는 경우 회사 차원에서 대항노조 설립 등이다. 한편 미전실은 각 계열사 등의 복수노조 대응실태 점검을 위해 문제인력 현황, 문제인력의 안정화 및 퇴출실적 등 세부영역을 담은 체크리스트 문건을 작성한 뒤 노사담당자용과 임원·부서장·현장관리자용, 우군화 인력용 등으로 세분화해 구체적으로 실태를 점검했다. 실전 대응을 위해 모의훈련도 실시했다.

나.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이하 ‘이 사건 노조’이라 한다)에 대한 그룹 노사전략 실행

삼성전자서비스는 최○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를 실장으로 한 회사 내 종합상황실 구성해 ‘삼성전자서비스 안정화 마스터플랜’ 등을 수립하고, 이 사건 노조 및 전체 조합원에 대한 동향보고,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총력대응, 한국경총을 통한 단체교섭 지연, 주동자 및 적극 가담자 징계, 고소·고발 조치 등 차별적 취급, 공세적 직장폐쇄 및 폐업 유도, 표적감사, 그린화(노조탈퇴) 등 각종 노조 대응 전략을 실시했다. 그룹 미전실 노사파트에서 수립한 ‘그룹 노사전략’에 따른 삼성전자 및 삼성전자서비스 임원들의 순차 지시에 따라 종합상황실 구성원들 및 삼성전자 파견 직원들은 삼성전자서비스 직원들과 협력업체 임직원들에게 협력업체 및 노조 관련 정보 수집·보고, 그린화 등 각종 노조 대응 전략에 따른 구체적 전술 실행, 경총을 통한 단체교섭 지연, 그린화 추진 실적 보고 등을 하도록 반복적으로 순차 지시하고 보고받아 오면서, 이를 삼성전자서비스 및 삼성전자 임원, 그룹 미전실 노사파트 임원들에게 순차적으로 보고했다.

법원은 ‘삼성그룹 미전실-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로 이어지는 부당노동행위 공모공동정범 관계와 함께, 삼성전자 자문인 송○규는 기획 폐업 부당노동행위 방조, 조합원 노조탈퇴 종용 등으로 인한 지배·개입과 불이익 처분 부당노동행위 공모공동정범, 외관상 협력업체의 교섭 위임을 받는 형식을 통해 단체교섭 지연에 가담한 경총 교섭 담당자들은 단체교섭해태 공모공동정범으로 인정했다.

대상판결은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해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는 법리를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을 하는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하면서,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를 사실상 자신의 하부조직처럼 운영했고, 소속 수리기사들에게는 근로자파견 관계에 해당할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했으므로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미전실은 삼성전자서비스 지사, 협력업체 대표들을 통해 지회 조합원들의 출신학교·결혼 유무·이혼 여부 및 사유·채무 등 재산상태, 성향평가, 노조탈퇴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인 등 친분관계, 개인비리, 재판진행상황 등 개인정보, 노조가입 및 탈퇴 동기, 노조 직책, 파업참여 여부, 정신병력 등 민감정보를 취합해 관리했다. 대상판결은 근로자들의 성향에 관한 정보는 성명이나 소속 사번 등 개인식별 정보뿐만 아니라 이와 결합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것으로 그 정의에 부합하므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면서 이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인정했고, 동시에 이와 같은 정보 수집행위를 노조활동에 지배·개입하는 행위로 인정했다.

또한 삼성전자서비스는 경찰청 정보국 소속 경찰 김○환 및 양산경찰서 경찰 등에게 뇌물을 공여하고 염호석 장례식장에서 허위 112 신고 등을 통해 경찰병력이 투입되도록 해 이 사건 노조를 진압했으며, 교섭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다. 삼성전자서비스의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법원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서비스 물량 대부분(약 98%)을 협력업체에서 처리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협력업체 수리기사들이 수행하는 업무는 ‘실질적으로 편입’됐다는 표현을 사용할 필요 없이 삼성전자서비스 사업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본질적인 부분인 점, 삼성전자서비스는 자신의 직원으로 인식되는 수리기사들과 그들이 소속된 전국 협력업체를 통일적으로 운영·관리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 특정 회사인 삼성전자의 제품만을 수리하는 업무 특성상 불가결하게 삼성전자서비스의 지휘·명령이 전제돼 있다는 점, 전산시스템은 삼성전자서비스가 수리기사들에게 직접 업무를 부여하고 지휘·명령을 한다고 볼 수 있는 중요한 징표인 점, 업무 특성상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지휘나 작업 지시가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삼성전자서비스는 그룹의 비노조 경영 방침 및 노사전략에 따라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 사장을 통해 소속 수리기사들에게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한 점 등을 인정하면서,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들과 형식적인 도급계약 체결한 후 협력업체 수리기사들을 삼성전자서비스 관리자의 지휘·명령하에서 전자제품 수리 업무에 종사하도록 함으로써 위법한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았다고 판단했다.

라. 다른 계열사 등에 대한 그룹 노사전략 실행

미전실은 ‘그룹 노사전략’에 따라 노조와해 수단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개인정보처리자인 각 계열사 등의 인사담당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문제인력들의 노조가입 여부 및 동기, 노조설립 시도 및 노조관계자 접촉 여부, 동향 등 직원들의 민감 정보 및 직원들의 가족관계, 성향, 경제적 상황 등을 제공받아 관리했다. 실제 노동조합이 조직되거나 구체적인 조직의 시도가 있는지와 무관하게 노동조합 설립에 대비해 각 계열사(중공업·테크윈·전자·물산·증권·화재·SDI·에스원·정밀소재·의료원, 일부 해외법인 등)의 문제인력을 특정하고 해당 문제인력 전담자를 지정해 면밀한 동향파악을 실시했고, 아울러 사외의 반삼성 인물과 단체에 대한 동향 파악을 실시한 사실도 인정됐다.

2. 검토 및 의의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 전략의 존재와 그 일부 내용은 언론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알려졌지만, 이번 대상판결과 삼성에버랜드 판결(서울중앙지법 2019. 12. 13. 선고 2019고합25 판결)을 통해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공모와 실행으로 이뤄진 노조파괴 사건의 전모가 명확히 밝혀졌다. 대법원이 2016년 12월29일 선고한 2015두2895 판결에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의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무노조 경영 전략의 존재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2018년 초 비로소 압수수색 등을 실시하기 전까지 이 사건 노조가 2013년 고소한 부당노동행위 사건의 수사를 사실상 중단했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삼성그룹뿐만 아니라 경찰·경총, 삼성에버랜드 사건의 경우 대항노조 위원장 등까지 조직적인 대규모 노조파괴 전략에 관여한 사실을 확인했고, 그 규모와 파급력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보고 경찰·미전실 임원 등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대상판결은 다수의 문건을 통해 피고인들의 노조에 대한 반헌법적인 태도는 일관되고 적나라하다면서, 피고인들을 그 죄책에 상응하게 처벌함으로써 자기 점검 및 통제의 계기로 삼고 향후 이와 같은 반헌법적인 행위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고, 노동위원회의 사후적 구제명령만으로는 헌법상 근로자 단결권 등을 제대로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분명히 밝혔다.

하나의 평석에 다 담지 못할 정도로 대상판결의 범죄사실과 관련 판단내용은 매우 방대한데, 전술한 내용 외에도 비신분범이 신분범인 사용자에 가공해 부당노동행위 공범이 될 수 있다, 노조법상 사용자 법리는 형사처벌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일련의 부당노동행위는 포괄일죄가 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상 양벌규정에 따라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닌 자의 제3자 개인정보제공과 제3자 취득행위도 처벌 가능하다, 취업 방해 통신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 가능하다는 등의 법리적으로 유의미한 판단이 다수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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