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LG헬로비전(옛 CJ헬로) 고객센터에서 케이블방송과 인터넷을 설치·철거·수리(AS)하는 노동자의 78%가 업무 중 사고를 경험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산업재해보상을 신청해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187명 중 단 3명에 불과했다.

희망연대노조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와 노동건강연대는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LG헬로비전 고객센터 작업환경·노동안전 긴급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두 단체는 지난 10일부터 5일간 187명의 LG헬로비전 고객센터 노동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하고 노동자 4명을 심층면접했다.

업무 중 사고 유형은 베임·찔림·찍힘(59.9%), 부딪침·넘어짐(51.9%), 교통사고(19.8%), 추락(12.3%), 감전(8%) 순으로 나타났다. 업무 중 사고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146명 중 96%에 해당하는 노동자는 “본인 비용으로 병원 치료”(63.7%)를 하거나 “직접 치료”(32.2%)를 했다. 업무상사고를 당했지만 산재를 신청하지 않은 이유로 응답자 중 54.5%(78명)가 “부상이 경미해서”라고 답했다. “사용자 눈치가 보여서”와 “산재로 처리하면 불이익을 받을까 봐”라는 응답이 각각 27명(18.9%)과 16명(11.2%)으로 뒤를 이었다.

설치·철거·수리를 모두 하는 멀티기사 A(35)씨는 경미하지 않은 부상을 “출근하지 못할 정도의 부상”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일하다 다친 것은 아니지만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하루 쉬고 그 뒤로 일을 계속하고 일주일 더 쉬고 전봇대도 올랐다”고 덧붙였다.

박상빈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산재신청 응답이 2%에 불과하다는 것은 LG헬로비전 노동자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재해와 손상이 거의 다 은폐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했다. 최진수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는 “산재가 발생했음에도 산재 처리에 소극적이다 보면 미완치 상태에서 업무에 복귀해 중증 산재를 유발할 수 있다”며 “산재은폐에 대한 시정조치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박광온·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이정미·추혜선 정의당 의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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