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중공동행동을 포함한 65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9일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이란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병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정기훈 기자
문재인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군을 파병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체 합류가 아닌 청해부대 독자 파견 방식을 택했다.

국방부는 21일 “정부는 중동정세를 감안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청해부대 파견지역은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과 아라비아·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확대된다.

미국과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해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동맹체인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합류하지 않으면서 독자 활동을 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필요한 경우 IMSC와 협력할 예정”이라며 “청해부대 소속 장교 2명을 IMSC 본부에 연락장교로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완전히 선을 긋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국방부는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한다고 했지만 끝은 알 수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시적 기간은) 안 정해졌다”며 “상황이 좋아지면 철회한다”고 말했다.

정부 파병 결정에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파병 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에서 “총체적 국익을 고려한 조치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우리나라도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대 목소리는 만만치 않다. 정의당은 “새로운 파병을 국회 동의도 없이 부정확한 절차를 통해 감행하는 정부 행태는 매우 위험하다”며 “유사시 IMSC와 협조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순수한 독자적 임무 수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녹색당은 “국회 동의 없이 청해부대 작전지역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변경한 것은 헌법 위반 소지가 크다”며 “파병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국회는 지난해 11월 청해부대 작전지역을 아덴만으로 명시하는 내용의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연장 동의안’을 처리했다.

민중공동행동은 “정부가 결국 미국에 굴복했다”며 “국회 의결을 피하는 편법과 졸속적인 과정은 매우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민중공동행동은 다른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22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