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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본 인권위 간접고용 제도개선 권고 ⑥] 조합원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1월5일 ‘간접고용 노동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도급 금지 유해·위험 작업 범위 확대 △위장도급 근절 △사내하청 노동자 노동 3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을 하라고 권고했다. 노동부는 20일까지 답변을 내놓아야 하지만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노동부에 권고 이행을 촉구하는 글을 보내왔다. 6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

사측은 물었다. “노조는 진심으로 2인1조 근무를 요구하는 건가요?” 나는 답했다. “현장은 건당 수수료로 먹고사는데 오히려 현장에서 반대하는 분위기도 좀 있을 거예요. 2인1조가 말이야 쉽지 실제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2017년 KT 인터넷을 설치하고 수리하던 노동자가 고객이 휘두른 흉기에 숨진 사건이 있었다. 당시 KT의 한 임원이 내게 전화를 걸어 왔다. 그는 노동조합의 ‘2인1조’ 요구에 대해 동종업계 노동조합 간부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노조가 그 요구를 끝까지 밀어붙일 것 같은지 떠봤다. 나는 입이 열 개라도 해서는 안 될 말을 뱉어 버렸다. “노조 요구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노조 간부가 말해 버린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나는 ‘노동안전’을 노동조합 활동의 핵심기조와 핵심요구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해서는 실제 사용자인 원청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고, 노동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원들과 기자들에게도 “위험의 외주화는 외주화로 인해 우리의 업무와 현장이 위험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나는 KT 노동자 사망사고 직후 ‘KT 노동자의 죽음, 자본이 바뀌어야 고객이 바뀐다’는 제목의 논평을 썼다. ‘고객은 왕’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회사가 자기 직원부터 챙기라는 이야기였다.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티브로드·딜라이브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의 사례를 모아 언론보도를 추진하기도 했다. 방송통신업계 노동자들의 산재사고가 있을 때마다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대책을 고민하고 만들어 왔다.

그런데 나는 ‘2인1조’는 쟁취하기 너무 힘든 요구라고 생각했다.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노조 조합원들도 2인1조를 강하게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설치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은 저임금이고, 이들의 임금체계는 성과급 위주인 구조적 한계가 있고 조합원들은 익숙한 지역에서 혼자 자유롭게 일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한다. ‘조합원들도 2인1조 싫어하는데….’ 이렇게 나는 합리화했다.

틀렸다. 노조 간부가 이렇게 생각하고 판단하던 사이, 위험의 외주화는 ‘죽음의 외주화’가 돼 버렸다. 2019년 조합원 셋이 산재사고로 사망했다. 두 동지는 통신대기업의 하청업체 소속이고, 한 동지는 정규직이다. 셋 모두 ‘혼자’ 일하다 숨졌다. 조합원들은 매일매일 지뢰밭에 혼자 들어가 목숨을 건 노동을 했다. 지금도 변한 건 없다.

죽음의 현실을 바꿔 내기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 노동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간접고용 제도개선 권고를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 중 하나일 뿐이다. 직접고용과 작업환경 개선, 생활임금 보장, 그리고 2인1조 근무제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노동자가 죽지 않는다. 사용자가 안전을 비용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상시·지속업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한다면, 생산성만큼 안전을 고려한다면, 노동자들에게 경쟁과 자기착취를 강요하지 않는다면, 동료와 함께 일한다면 노동자들이 그토록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살기 위해 요구해야 한다. 비용이 두 배 들더라도 쟁취해야 한다. 자본이 “임금인상을 더 하겠다”고 해도, “현장 조합원들은 2인1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조합원들을 설득해서라도 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혼자 일하다 다치고 숨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금도 곳곳에 위태로운 노동이 있다. 도지나(안전벨트) 하나에 의지한 채 전주를 오르는 인터넷기사, 외벽에 매달리는 가전제품 설치기사, 하루 수백 곳 문을 두드리는 가스검침원, 한 건 한 건 자신을 쥐어짜는 택배기사와 라이더, 저임금에 12시간·24시간 맞교대를 하는 경비, 매일 수백 킬로미터를 운전하는 운수노동자….

우리는 살기 위해 투쟁하고 연대해야 한다.

박장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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