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동박(구리를 얇은 종이처럼 만든 것) 세계 1위 생산업체인 케이씨에프테크놀로지스(KCFT)가 불법파견 논란에 휩싸였다. KCFT는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2017년 8월 LS엠트론 동박 사업을 양도받아 만든 회사로, 이달 초 ㈜SKC가 1조2천억원에 사들였다.

20일 금속노련에 따르면 KCFT 전북 정읍공장 하청업체인 (유)일신 소속 노동자 60여명은 원청인 KCFT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에 고발했다. 이들 하청노동자들은 동박 제조공정의 핵심업무인 ‘슬리팅’을 담당했다. 슬리팅은 고객 요구에 맞게 원박을 열처리한 후 재단해 두루마리 형태로 감아 포장하는 업무다. 슬리팅 공정 없이는 동박 제조가 불가능하다.

KCFT는 작업지시서나 출하계획서·공정흐름도뿐만 아니라 원청 직원과 하청업체 사장·노동자들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여러 개 만들어 직접 업무를 지시했다. KCFT 생산관리이사부터 과장·사원 등 원청 직원 8명과 하청업체 사장을 비롯한 전 직원(물류담당자 제외) 66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KCFT/SM생산방’을 보자. “이○○ 조장. 103호기 작업지시내용 카톡 공유가 왜 안 되죠?” “오늘 검사기 측정 안 해서 걸렸다고 하던데 누구인가요?” “내일 (원청업체) 사장님 현장 경영이 오전 9시부터 진행 예정입니다. SM(하청업체) 발표 없으나 이동 동선에 포함돼 있으니 오늘부터 정리 진행해 주세요” 등 원청 직원이 하청노동자에게 일일이 업무를 지시한 정황이 담겨 있다.

하청업체 관리자는 이 단체채팅방에서 매일 주·야간 하청업체 생산 현황과 실적을 보고하고 하청업체 조장은 당일 설비운전 담당자와 생산제품 정보(고객사·제품규격·품질내용 등)를 공유했다. 하청업체 일반 노동자들도 자신이 사용한 설비와 생산 제품을 단체채팅방에 전부 보고했다. 그러면 원청 직원이 하청업체 전체 노동자나 특정 직원에게 제품 잔량 등을 명시해 작업을 지시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이런 단체채팅방은 생산방 외에도 직책과 업무에 따라 관리자방·중앙연구소방·엔지니어방·포장방처럼 여러 개 운영됐다.

KCFT는 올해 초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을 하자 계약해지로 맞서 부당해고 논란까지 더해졌다. 하청업체 일신 소속 노동자 59명은 지난해 9월 금속일반노조에 가입하고 회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이들이 올해 초 파업을 하자 원청인 KCFT는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고, 하청업체는 조합원 59명에게 이달 말로 해고통보를 했다. 비조합원 8명에게는 다른 업체에 고용승계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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