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남편 잃은 사람 곁에 아들 먼저 보낸 엄마가 섰다. 가다 서다 자꾸만 왈칵 울던 이를 뒤따른 건 어디 해고 생활 길었던 사람과 비정규 노동자와 종교인이었다. 또 아들을, 동생을 먼저 보낸 유가족이었다. 무언가를 잃어 본 사람들이 슬퍼 꺽꺽 우는 사람 손을 잡는다. 북소리 맞춰 엎어지거나 팻말을 들었다. 인적 뜸한 도로를 천천히 행진했다. 오체투지, 별말도 없이 꾸역꾸역 일어나선 입김을 길게 뿜었다. 경마장, 이곳에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상복 입은 사람이 마이크 잡고 말했다. 일하다 고통받지 않아야 하고, 일하다 죽지 않아야 한다는 뻔한 말을 곱씹다가 울었다. 죽음의 경주를 멈추겠다고 했다. 앞장서 걸었다. 청와대를 향한 행진 첫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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