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정부 구상을 파악하는 데 대통령 신년기자회견만큼 좋은 자리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출입기자들과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하는 유일한 자리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달라진 점은 사전 각본이 없다는 점이다. 사전에 누가 질의를 하고, 어떤 질문을 할지 조율하지 않는다. 기자들이 하고 싶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열린 구조다.

하지만 의도와 상관없이 ‘명암’은 있기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를 맞은 올해 신년기자회견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민생경제’ 분야가 뭉텅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신년기자회견은 △정치사회 △민생경제 △외교안보 등 3개 분야에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기자 22명이 질문을 했다. ‘검찰개혁’ 이슈가 압도적이었다. 정치사회 분야 질문자 8명 중 5명이 검찰개혁에 대해 묻고 또 물었다. 그 다음 이슈는 남북관계·북미대화였다. 외신기자들이 궁금해했다. 특히 부동산 문제가 주목을 받았다. 거시경제나 승차공유서비스 ‘타다’ 질문도 나왔다.

중요하지 않은 질문은 없었다. 다만 민생경제 분야에서 나와야 할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는 씁쓸함을 지우기 힘들다.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국민이 어려워하는 문제는 질의응답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지금 국민의 처지는 어떤가. 고용지표가 나아졌다지만 40대와 제조업 고용 부진은 여전하다. 4차 산업혁명이란 화려한 수식어 뒤에 플랫폼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중재한 쌍용자동차 휴직자 부서배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한국마사회 비리·부정과 다단계 갑질을 고발하며 목숨을 끊은 고 문중원 기수의 유족은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거리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민생경제에 노동 이슈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과 복지, 청년·여성·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제가 있다. 지난해 신년기자회견에서는 남북관계·북미대화 질문이 압도적이긴 했지만 노동·일자리·경제·청년·여성·언론 등 민생경제 분야 질문이 골고루 나왔다.

일차적인 책임은 기자들에게 있다. 기자들이 질문을 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대답을 할 수가 없으니까. 사전 각본이 없는 만큼 기자들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질문권 배정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올해는 질문권이 첫째 줄과 둘째 줄에 앉은 중앙언론사 기자들에게 집중됐다.

신년기자회견은 1년에 한 번 대통령과 기자들이 질의응답을 할 수 있는 자리다. ‘국민을 위한 질의응답’이었는지 되새겨 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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