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 10명 중 대여섯 명은 주휴수당과 휴게시간을 못 받고 연차휴가도 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외근무수당과 야간근무수당도 받지 못했다. 이들의 상당수는 노조 필요성을 느끼고 노조가입 의사가 있지만 이 역시 ‘그림의 떡’이었다.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대표 한상균)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5명 미만 사업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권유하다는 지난해 11월20일부터 12월29일까지 온·오프라인에서 ‘작은 사업장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536명이 응답했다. 251명(46.8%)이 5명 미만, 153명(28.5%)이 5~19명, 109명(20.3%)이 20~50명 사업장에서 근무했다.

10명 중 4명 근로계약서 쓴 적 없고
열에 하나는 최저임금도 못 받고


5명 미만 사업장에서는 10명 중 1명(14%)이 최저임금을 못 받는다고 응답했다. 82.8%가 최저임금을 적용받았다. 20~50명 사업장은 8.7%(적용 89.4%)가 받지 못했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최저임금 적용률이 낮음을 알 수 있다. 5명 미만 사업장에서 노동자 두 명 중 한 명은 주휴수당(44.8%)과 휴게시간(41.5%)을 보장받지 못했다. 10.1%는 “휴게시간이 있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 적용받는다는 노동자는 각각 45.2%, 48.4%였다.

연차휴가는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절반이 넘는 56.5%(적용 39%)가 적용받지 못했다. 20~50명 사업장은 14.6%(적용 80.6%)에 비해 차이가 크다.

5명 미만 사업장에서 10명 중 6명은 시간외근무수당(62.3%)과 야간근무수당(67.1%)을 받지 못했다. 적용받는 노동자는 각각 32%와 26.9%였다. 20~50명 사업장은 각각 28.8%(적용 65.4%), 33.7%(적용 58.7%)가 못 받았다고 응답했다. 퇴직금의 경우 5명 미만은 26.1%(적용 65.5%)가, 20~50명은 10.8%(적용 82.4%)가 각각 적용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비율이 높았다. 5명 미만 사업장에서 10명 중 4명(39%)은 근로계약서를 쓴 적이 없다고 답했다. 52.6%만이 작성하거나 교부받았다. 20~50명 사업장에서 9.6%(작성·교부 65.4%)가 쓴 적이 없다고 답했다.

노조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전체 노동자의 86.9%가 “필요하다”고 했다. 5명 미만은 82.9%, 5~19명은 87.6%, 20~50명은 94.2%가 그렇게 대답했다. 노조가입 의사를 묻자 5명 미만에서는 60.2%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미 가입했다”(6.0%)는 응답과 함께 고려할 때 두 명 중 세 명(66.2%)은 가입 의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짜 5명 미만 사업장 신고하세요”
2월4일 신고센터 개통


권유하다는 2017년 1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이메일 중 5명 미만 키워드로 검색된 88개 이메일을 분석한 결과도 발표했다. 해당 제보자의 상당수는 병원·세무사사무실·법률사무소에 근무했고 대기업 계열사도 있었다.

윤지영 권유하다 정책위원(변호사)은 “5명 미만 사업장도 근로계약서 작성 의무, 해고의 예고, 유급휴일 규정이 적용된다”며 “그럼에도 적용 규정과 미적용 규정이 혼재하면서 사업주가 법을 안 지켜도 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윤 정책위원은 “일상적으로 부당해고는 물론 각종 수당 미지급과 연차휴가 미부여, 제한 없는 근로시간 문제가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른바 ‘가짜 5명 미만 사업장’에 주목했다. 직원들을 프리랜서로 위장하거나, 회사를 서류상으로 쪼개 5명 미만으로 만드는 사례를 소개했다. 윤 정책위원은 “5명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주요 내용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법 집행의 어려움을 이유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유하다는 다음달 4일 ‘가짜 5명 미만 사업장’을 제보할 수 있는 플랫폼(신고센터)을 개통한다. 서류상 회사를 쪼개 5명 미만으로 등록하거나. 직원 4명까지만 등록하고 나머지는 미등록한 경우, 실제 5명 이상 일하는데 연장근로수당 등을 미지급한 경우로 나눠 신고를 받을 예정이다. 한 달 동안 신고받은 뒤 공동고발인을 조직하고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한다.

한상균 대표는 “한국 사회에서 근기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1천만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이들을 2등 국민이라고 칭한다”며 “올해 총선을 앞두고 권리를 빼앗긴 전태일들의 목소리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