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후 대구 남구 영남대의료원 사거리 앞에서 열린 노조할 권리 쟁취, 영남대의료원 투쟁 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15일 오후 대구 남구 영남대의료원 사거리 앞. 한쪽 도로면이 남색 또는 연두색 노조 조끼를 입고, 머리에 ‘단결 투쟁’ 빨간 띠를 두른 사람들로 가득 찼다.

민주노총이 영남대의료원 노조 정상화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연 결의대회 참석자들이다.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이 지난해 7월1일 영남대의료원 옥상 고공농성에 들어간 지 199일째. 해를 넘기도록 노사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민주노총은 산하 노조 간부·조합원들과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에는 민주노총 충청권·영남권 노조 간부·조합원과 보건의료노조 전임 간부를 비롯한 4천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영남대의료원 사거리 한쪽 도로면에 행렬을 이루고 앉았다.

“박문진 지도위원 내려올 때까지 떠나지 않겠다는 각오”

대회 참석자들은 빨간색과 연두색으로 된 종이피켓을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해고자는 환자 곁으로, 영남대의료원은 결단하라”고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도로를 울렸다. 피켓에는 ‘끝내자 노조파괴’ ‘해고자를 환자 곁으로’라는 문구를 새겼다.

최근 단식농성에 돌입한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김진경 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장도 대오에 섞여 피켓을 흔들었다. 나 위원장은 이날로 7일째, 이 본부장과 김 지부장은 3일째 영남대의료원 본관 로비에서 단식농성 중이다.

집회 도중 무대에 오른 나순자 위원장은 “노조파괴 피해자들은 지난 13년 동안 피눈물 나는 투쟁을 하고 이제 마지막 선택으로 정년을 앞두고 고공농성을 선택했다”며 “그럼에도 사측은 지난달 말 사적조정 위원들이 제시한 조정안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나 위원장은 “노조파괴 범죄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국민을 기만하는 영남대의료원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박문진 지도위원이 땅으로 내려오기 전까지 (농성장을) 절대로 떠나지 않겠다는 각오와 결의를 다지겠다”고 말했다.

이길우 본부장은 “얼마 전 밤에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박문진 선배에게 전화해 천막은 괜찮은지 물었다”며 “그러자 선배가 ‘나 추웠어. 텐트 밖에 나가지 못했어. 천막이 무너졌는지 찌그러졌는지 알 수 없어’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침 8시가 넘었지만 얼마나 추웠으면 그 바람에 천막이 어떻게 됐는지 (확인할) 엄두를 못 내고 있겠냐”며 “박문진 선배 오늘이라도 올라가서 끌어내리고 싶다. 굶어 죽는다는 각오로 한 번 투쟁해 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명환 위원장 “노조 원상회복, 민주노총 함께할 것”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총연맹 차원의 투쟁을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영남대의료원 문제는 진작에 정리가 됐어야 할 사안”이라며 “사측이 지난해 말 새롭게 (노사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보자는 노조의 노력을 발로 차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조를 원상회복해서 돈보다 생명이 우선이라는 정신을 보여 주자”며 “민주노총과 함께 영남대의료원 정상화를 이뤄 내서 올해를 대구에서 발생한 지난 노조파괴 역사를 씻어 내는 원년으로 만들어 내자”고 호소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결의대회를 마치고 영남대의료원 호흡기센터까지 행진했다. 호흡기센터 옆에서 마무리집회를 하고 해산했다. 박문진 지도위원과 송영숙 영남대의료원지부 부지부장은 2007년 해고된 뒤 지금까지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사적조정회의가 열렸지만 사측은 조정안 거부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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