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1월5일 ‘간접고용 노동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도급 금지 유해·위험 작업 범위 확대 △위장도급 근절 △사내하청 노동자 노동 3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을 하라고 권고했다. 노동부는 20일까지 답변을 내놓아야 하지만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노동부에 권고 이행을 촉구하는 글을 보내왔다. 6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지난해 10월1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간접고용 노동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를 의결했다. 이는 위험의 외주화, 위장도급, 노조할 권리 박탈로 죽어 나가는 하청노동자의 생명·안전·노동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개선 권고다. 인권위는 위험의 외주화로 인권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 가치인 생명과 안전이 하청노동자에게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에 “첫째, 산업구조 변화 및 산업별 특수성·작업장·작업환경·도구·기계·설비·작업공정과 같은 물질적 작업요소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산업안전보건법의 도급금지 작업범위를 확대하라. 둘째, 직접고용 원칙에 따라 외주화가 제한되는 생명·안전업무의 기준을 마련하라. 셋째, 원·하청 통합관리제도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산재발생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지도·감독 강화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내세운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1월16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도급금지에 대해 정부는 스스로 구성한 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도 무시하고 서울지하철 구의역 김군, 고 김용균 노동자, 조선소 산재 하청노동자 등이 했던 수많은 위험작업을 도급금지에서 제외했다. 노동부는 오로지 ‘화학적 요인’만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노동부의 도급금지 범위가 변화된 산업구조와 한국의 산업재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보고 도급금지 확대를 권고했다. 또한 그동안 불법파견을 양산한 원인인 ‘일시·간헐적 업무 적용제외’가 도급금지 조항에서도 악용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제 인권위까지 도급금지 범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노동부는 인권위의 도급금지 확대 권고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 아울러 인권위가 권고한 생명·안전업무 기준 구체화를 넘어서서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 직접고용 법제화’가 시급히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인권위가 적시한 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된 1981년 당시와 달리 현재는 서비스업·IT산업·반도체산업 등 주력산업이 급변하고 고용구조도 파편화됐다. 이에 근로계약상 사용자에게만 노동법상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아니라 진짜 사장인 원청의 책임강화가 실질화돼야 한다. 그러나 원·하청 통합 산재보험은 논의조차 없고, 산재발생 현황만 통합관리·발표하는 ‘원·하청 통합 산재통계’조차 원청 노동자가 500명 이상이어야 하고, 원청보다 하청 산재가 많이 발생해야 하고, 업종도 제조·철도·지하철·전기(2020년 시행)로 한정하고 있다. 노동부는 최소한의 인권위 권고인 원·하청 산재 통합관리제도 전면확대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

인권위는 또한 현장에 만연한 위장도급 문제 근절을 위해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불법파견을 파견·도급 기준에 반영하고 지침을 상위법령에 규정하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사업장에 대한 감독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하청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을 위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의 사용자 정의규정을 개정하거나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명시하라”며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의 부당노동행위에 구제신청을 제기하도록 노조법을 개정하는 등 원청의 부당노동행위 책임 확대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그동안 하청노동자의 노동 3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계속 쌓여 왔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한국 정부에 2006년 ‘위장된 고용관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정책 수립 및 관련법 개정 권고’를 했다. 뿐만 아니라 원청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2008년·2012년·2015년·2017년 등 수차례 제재조치 강구를 권고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이를 방치했고, 원청의 탄압 속에 하청노동자들의 기본권은 유린됐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인권위 권고에 대한 정부기관의 수용도’를 높일 것을 지시했다. 또한 ‘무늬만 수용’하는 조치는 근절하라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인권위 권고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와 ILO 협약 및 한국 정부에 대한 권고’를 바탕으로 제시된 것이다. 이 권고에 대한 노동부의 답변제출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권고에 대한 이행 여부는 헌법과 ILO 협약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 태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더 이상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하기 위해, 하청노동자에게 인권의 가장 핵심인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도록 노동부의 인권위 권고 이행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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