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겨울, 비가 잦다. 선전물과 조형물과 또 헛상여를 이고 지느라 손이 없는 사람들이 우산 대신 우비를 껴입고 행진에 나선다. 장지도 아닌 곳에 멈춰 서 줄줄이 곡소리 나는 사연을 풀어냈다. 아픈 말들이 길고도 험했다. 말없이 상여 앞자리 앉아 비를 맞던 아빠는 종종 눈을 질끈 감았다. 우비에 고인 빗물이 흘러 눈에 들었다. 꽃상여는 젖지 않았다. 말과 함께 한 영정 사진에는 살려 내라, 날 선 말이 붙었다. 상여 앞에서 헛되고도 헛된 말이었다. 길 따라 선 사람들 목구멍에서 끓는 말이었다. 그 죽음을 헛되이 않겠다며 가족이, 또 노동조합 사람들이 길에 나섰다. 영정에 끝내 구호가 붙어 장지 가는 길이 멀고 험하다. 말이 따라 험했다. 누군가 죽어 말한 부조리를 읊느라 상여꾼 목이 쉰다. 춥지 않은 겨울엔 비가 내린다. 장지도 아닌 곳에 머문 사람들이 비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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