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사분규에 따른 근로손실일수가 40만일 수준까지 떨어졌다. 2000년대 들어 최저수준이다. 그만큼 노사관계가 안정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 비정규직 문제처럼 파업을 하지 않으면서 노사갈등이 증폭한 사례나 설립신고증이 없는 노조의 쟁의행위를 감안하면 공식지표만으로 노사관계 안정 여부를 평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노사분규 증가에도 근로손실일수 40만2천일로 감소

고용노동부가 9일 발표한 ‘2019년 노사관계 통계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노사분규는 141건으로 2018년 134건보다 5.2% 증가했다. 반면 근로손실일수는 40만2천일로 2018년 55만2천일 대비 27.2% 감소했다. 근로손실일수는 1995년 39만3천일을 기록한 뒤 최저치다. 2000년대 들어 50만일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11년(42만9천일)과 2015년(44만7천일)뿐이다.

노사분규는 하루 8시간 이상 조업을 중단하면 한 건으로 계산한다. 근로손실일수는 노사분규가 일어난 사업장의 파업 참가자수에 파업시간을 곱해 하루 근무시간인 8로 나눈 수치다. 노사분규의 경우 산별노조가 파업하면 1건으로 보기 때문에 노사관계를 평가할 때는 근로손실일수를 보다 객관적인 지표로 간주한다. 근로손실일수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노사관계가 안정화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파업 없이 임금·단체협상을 타결한 것을 포함해 대기업 파업이 길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노사분규가 발생한 사업장 141곳 중 1천명 이상 사업장은 46곳이다. 전년 26곳보다 76.9% 증가했지만 파업일수는 줄었다. 1천명 이상 사업장 한 곳당 평균 분규일수는 2018년 16.8일에서 지난해 9.9일로 41.4% 감소했다.

노동부는 외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근로손실일수가 많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2007년~2017년 임금노동자 1천명당 근로손실일수는 덴마크가 107.8일, 이탈리아 48.5일, 스페인 56.6일, 영국 23.4일, 미국 6.0일, 일본 0.2일이다. 우리나라는 42.33일이다.

임서정 노동부 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장기간 파업은 노사 모두에게 불리하다는 노사의 인식 변화, 어려운 경제여건과 국민정서를 고려한 노사 간 합의관행 확산, 정부의 조정·지원제도가 근로손실일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도로공사 비정규직 장기농성, 통계에는 안 보여

노사분규 건수와 근로손실일수 통계만으로 노사관계를 분석하는 데 한계도 있다. 노조가 파업을 해야 통계에 잡히는 방식인데, 설립신고증이 없는 노조나 파업을 하지 않았지만 격렬한 노사갈등을 겪은 사례는 통계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에는 도로공사 요금수납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갈등이 격렬했다. 해고된 노동자들이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농성을 한 데 이어, 지난해 9월에는 김천 본사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본사 점거농성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데 재직 중인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사분규나 근로손실일수에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전교조의 연가투쟁도 마찬가지다. 법내노조가 아니기 때문에 통계에서 제외된다. 통계상으로 노사관계가 안정화한 것과 달리, 굵직한 노사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근로손실일수가 줄어다고 하지만 체감하는 노사관계 양상과는 차이가 크다”며 “특수고용직 노조나 전교조처럼 법외노조의 집단행위 강도와 빈도를 통계에 넣거나 노조할 권리를 확대해 통계에 잡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도로공사 비정규직 투쟁처럼 파업이 아닌 집회나 농성, 1인 시위 등도 통계에 넣어야 피부로 느끼는 노사관계 양상과 통계 차이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사관계 관련 통계지표의 적합도와 정합성을 갖추기 위해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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