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열악한 주거에서 사는 사람들의 인권증진을 위해 적정한 주거에서 살 권리를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8일 “고시원 화재로 인한 사상사고가 이어지고 여름철 폭염으로 생존과 건강을 위협받는 거주민을 위한 대책을 요구하는 진정이 제기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숙박업소 객실이나 판잣집·비닐하우스·고시원 등 주택이 아닌 거처에서 생활하는 가구가 2005년 5만4천가구에서 2015년 36만가구로 급증했다. 주택 중에서도 반지하·지하·옥탑방처럼 열악한 거처나 주거에 대한 최소기준인 최저주거기준(국토부 고시)에 미달하는 가구도 2018년 111만가구나 된다. 2017년 10월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와 지난해 3월 유엔 적정주거 특별보고관은 우리나라 주거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정부에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좁은 면적·노후화된 건물·열악한 환경과 위생 같은 ‘비적정 주거’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권리와 건강권·생명권·사생활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로 보고, 비적정 주거 거주민의 인권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했다.

인권위는 국토부 훈령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공사가 쪽방·고시원·여인숙 거주민에게 기존주택 매입임대나 전세임대 주택을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하는 사업인 ‘주거사다리 지원사업’이 실질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물량이 5% 이하에 그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저주거기준의 경우 면적기준이 낮게 책정돼 있고, 주거 품질에 해당하는 구조·성능·환경기준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1인가구의 저렴한 거처로 이용되는 고시원도 국토부 고시인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상 실별 면적기준이나 창문 설치기준, 공용시설 설치기준 등 고시원 시설 개선에 반드시 필요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봤다.

인권위는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주거지원 물량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연도별 목표치와 실행계획을 수립하라”며 “최저주거기준 면적기준과 시설기준을 개정하고 고시원 최소면적과 시설기준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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