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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서울반도체 피폭 피해자 고통] “손가락 구부리기도 힘든 23세 청년, 나빠진 건강에 우울증까지”노동·시민·사회단체 “원청은 공식사과·재발방지 대책 내놓아야”
▲ 서울반도체 및 전기전자업종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안산·시흥지역 네트워크, 반올림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빌딩 앞에서 서울반도체 방사선 피폭사고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회원들이 사고가 일어난 동종·유사장비 폐기를 촉구하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빌딩 앞에 10여명의 사람들이 나란히 섰다. 손에는 ‘서울반도체 방사선 피폭사고 문제해결 촉구 기자회견’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붙들었다. KT빌딩 13층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입주해 있다. 지난해 7월 서울반도체 사내하도급 회사에서 일하다 방사선에 피폭된 23세 대학 현장실습생의 아버지 이아무개씨의 호소가 울려 퍼졌다.

“제 아들은 방사선에 피폭돼 손가락이 마음대로 구부려지지 않는 상태입니다. 추운 겨울에 통증이 더 심해지고 있어요.”

지난달 24일 원자력안전위는 5개월 전 발생한 ‘서울반도체 방사선 피폭사고’를 조사하고 원청인 서울반도체에 과태료·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스물세 살 청년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방사선 피폭은 오랜 잠복기를 거쳐 암을 일으킬 수 있다. 손가락이 붉어지면서 수포가 생기고 벗겨지는 증세에 피해자는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이씨는 “가시보다도 아픈 눈물을 흘리며 살아갈 이 땅의 아들딸을 보호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서울반도체에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서울반도체 및 전기전자업종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안산·시흥지역 네트워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원자력안전위가 처분만으로는 사고 재발을 방지할 수 없다”며 법·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네트워크에는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서울반도체노조·민주노총 안산지부·한국노총 안산지역지부 등 1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연 매출 1조원 서울반도체에 과태료·과징금 4천만원

서울반도체 방사선 피폭사고는 지난해 7월 발생했다. 7명의 하청업체 노동자는 방사선 발생 장비의 안전장치(인터록)가 해제된 채 작업을 하던 중 피폭됐다. 이 중 두 명은 손가락에 홍반이 생기고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피해자는 “업무인수를 받은 대로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작업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청인 서울반도체는 이아무개 피해자에게 공식적인 사과도, 재발방지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는 지난달 24일 서울반도체에 방사선발생장치 사용변경신고 미이행과 관련해 과징금 3천만원을 부과했다. 방사선발생장치 취급 기술기준 미준수와 방사선장해방지조치 미준수로 각각 과태료 450만원과 600만원을 부과했다. 원자력안전위는 최근 3년간 문제장비 및 유사장비 사용 경험이 있는 직원을 237명으로 보고 있다.

이상수 반올림 활동가는 “원자력안전위 처분은 과징금과 과태료를 모두 다 합쳐도 4천50만원에 불과하다”며 “연매출 1조원이 넘는 서울반도체에는 너무나 미약한 징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사고에 대해서는 재발방지를 위해 기업에 경각심을 줄 수 있도록 처벌수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9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서울반도체와 관련 하청업체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산지청에 고발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달 4일 검찰에 송치됐다.

“전국 59개 기관에 문제 장비 85대 있다”

서울반도체 하청업체가 사용한 방사선 발생 장비는 위험 장비지만 신고만 해도 된다. 허가대상 설비와 달리 정기적인 검사 의무가 없다. 허가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피폭방사선량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선량한도를 초과해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허가대상 설비였다면 원자력안전법 55조1항에 따라 최소 2개월의 업무정지와 4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네트워크는 “허가대상 설비가 아니라는 이유로 처벌에서 면제된다”며 “신고대상 설비 기준을 대폭 강화해 방사선 설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자력안전위에 따르면 최초 피폭자 7명의 피폭선량을 평가한 결과 방사선작업 종사자의 등가선량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등가선량은 방사선 종류에 따라 얼마나 인체에 영향을 주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방사선작업 종사자의 등가선량 한도는 일반인의 기준치보다 10배가 넘는데, 이를 초과한 것이다.

박정훈 서울반도체노조 위원장은 “서울반도체가 이번에 문제가 발생한 수동형 방사선 엑스레이 장비를 폐기해야 한다”며 “원자력안전위는 전국 59개 기관에 85대가 있는 문제의 장비를 수거하고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네트워크는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이번 사고 발생 장비처럼 안전장치가 쉽게 해제되는 방사선 발생장치를 정부가 폐기조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서명지를 원자력안전위에 제출했다. 1천240명이 서명했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서울반도체는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임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안전한 작업장 조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해명했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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