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노조는 정아무개 조합원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지난해 11월17일부터 같은달 24일까지 코레일 각 지방본부 앞에 설치했다. 사진은 대전 코레일 본사 앞에 설치한 분향소 모습. 철도노조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지난해 11월 인사발령 문제로 상급자와 갈등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정아무개(사망당시 38세)씨 죽음이 직장내 괴롭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유가족과 철도노조는 “경찰 조사에서 상급자에 의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밝혀졌는데도 코레일이 이를 무시했다”고 반발했다.

7일 고인의 유가족과 노조에 따르면 코레일 감사실은 장씨 죽음에 대한 감사결과보고서를 지난해 12월20일 발표했다. 감사실은 보고서에서 “사고자 직속관리자의 전출후보 추천으로 인해 사고자(정씨)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사료된다”면서도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지 않아)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책임을 노조에 돌리는 듯한 입장도 취했다. 감사실은 “사고자는 (인사발령에 항의하는) 성명서가 노조 홈페이지에 게시되고 나서 심리적으로 괴로워하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적시했다.

코레일 감사실의 결론은 같은 사건을 조사한 경찰의 내사 결과와 결이 다르다. 화순경찰서는 지난해 11월29일 내사보고서에서 “변사자(정씨)는 부당한 인사발령 조치와 치욕적인 송별회 자리 후 노조지부장과 함께 항의해 이를 철회시켰으나 그 후 강화된 복무지시로 인해 동료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자책하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나로 인해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이 인사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걱정과 스트레스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불안 증세를 호소했다”고 밝혔다. 정씨 죽음을 자살로 보고 내사종결했다.

유가족은 코레일 감사실 직원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글을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고인의 손위처남 김아무개씨는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부당인사를 해서 이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감사실은 노조에 화살을 돌리며 매제(정씨)의 직속 관리자를 감싸고 있다”며 “매제 명예가 회복할 수 있도록 코레일은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아홉 살인 조카가 컸을 때 ‘아빠가 코레일의 이런 부당한 점을 바꾸기 위해 싸웠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조카가 아빠의 죽음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노조는 8일 오전 대전 코레일 본사 앞에서 부실감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재감사를 요구할 예정이다.

코레일 광주본부 화순시설사업소는 지난해 10월 고인을 목포시설관리사업소로 발령했다. 직속 관리자는 정식발령 전인데도 환송회를 개최했다. 노조가 “단체협약에 따라 지부대의원은 전보협의 대상자”라고 반발하자 사업소측은 인사발령을 취소했다. 이후 고인은 “자신의 인사 문제 때문에 동료 업무에 부담이 가중된 것 같다”고 주위에 호소했다. 같은해 11월11일 오전 능주역 인근에 주차한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유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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