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새 도로가 뚫려 서울에서 마석 모란공원 가는 길이 빠르고 편해졌다. 그 길 따라 대규모 신축 아파트단지가 어느새 삐죽 높았다. 광역급행철도 줄기 따라 그랬다. 새해맞이 인파로 붐볐을 강릉·속초 앞바다 가는 것도 이제는 별일 아니라고 옆자리 동료가 말했다. 많은 것이 변했다. 새해라고 노동조합 사람들이 모란공원을 찾아가 그 자리 우뚝 선 채로 변함없는 전태일 흉상 앞에 모였다. 온갖 깃발이 삐죽삐죽 그 주변에 높았다. 여전한 현실과 달라져야 할 것들을 꼽느라 사람들이 목소리 높였다. 비바람에 물 빠진 낡은 머리띠 위로 새로운 머리띠가 나이테처럼 겹겹이 쌓여 갔다. 거기 새긴 단결투쟁이며 비정규직 철폐 구호는 달라질 게 없었다. 그 앞 높이 솟은 소나무도 그 자리를 지켰다. 송곳처럼 뾰족한 그 잎 때문이라고, 죽은 잎 떨군 자리를 새잎이 대신하기 때문이라고도 사람들은 소나무가 늘 푸른 이유를 설명한다. 낡은 묘비석 사이에 새롭게 솟은 봉분을 찾아 사람들이 고개 숙여 잠시 머문다. 노란색 자전거가, 또 버스 조형물이 그 터에 새롭다. 분신 항거 50주기, 2020년의 전태일 이마에 머리띠가 새롭다. 그 앞 소나무도 실은 매 순간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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