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중 사고를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규정을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고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당 규정을 법 시행일 이후에 일어난 사고만 보상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것이다. 출퇴근재해 관련 법조항을 소급적용하는 내용의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장낙원)는 자가소유 화물차를 이용해 출근하다가 2017년 11월 교통사고로 숨진 노동자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유족급여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정부는 2018년 1월1일부터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하다가 발생한 사고뿐 아니라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다가 일어난 사고도 산재로 인정하고 있다. 대중교통이나 자가용·택시·도보·이륜차를 이용해 출퇴근하다가 발생한 사고까지 업무상재해로 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산재보험법 부칙 2조(출퇴근재해에 관한 적용례)는 “법 시행 후 최초로 발생하는 재해”부터 관련조항을 적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부칙 2조를 근거로 2017년 11월 사고를 당한 A씨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서울행정법원은 “부칙 조항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A씨 산재를 인정했다.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만 업무상재해로 본 옛 법이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은 2016년 9월29일에 이미 나왔다. 이때부터 새 법을 시행한 2018년 1월 사이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소급적용하지 않는 것은 “헌법의 평등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12월31일까지 법을 개정하고 법 개정까지 (문제가 된) 위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하라”고 주문했다.

그럼에도 2016년 9월29일 이후부터 2017년 12월31일 사이에 출퇴근재해를 겪은 노동자들이 산재신청을 하면 근로복지공단이 승인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부칙 적용을 중단했지만, 소급적용은 법이 개정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환노위에는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의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출퇴근재해 관련 법조항을 2016년 9월29일 이후 발생한 사고까지 소급적용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개정안이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부 고위관계자는 “법이 바뀌기 전까지는 노동자들이 마냥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법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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