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규약위원회(사회권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재차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고용노동부와 법무부에 따르면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ILO 기본협약 비준을 포함한 사회권위 권고사항을 이행하고 있는지를 평가한 결과를 지난달 9일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사회권위는 2017년 10월 ILO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와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 비준과 노조할 권리보장, 해외진출 한국기업 인권침해 규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사후보고서를 지난해 4월 사회권위에 제출했는데, 사회권위가 이번에 평가 결과를 보내온 것이다. 사회권위는 ILO 기본협약 비준과 관련해 “당사국이 취하고 계획한 조치들을 환영하나 (언제까지 비준할 것인지) 구체적 일정을 제시하지 못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노조할 권리에 대해 “진전 불충분”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는 사후보고서에서 “ILO 기본협약 비준 준비 과정에서 결사의 권리가 보장되는 노동자 범위를 확대하는 법 개정에 착수했다”며 “비준 이전에 국내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고, 사회적 대화를 하면서 국회 법 개정 경과에 따라 비준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권위는 이런 노력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이 빠진 점을 지적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회권위에 사후보고서를 보낸 시점이 지난해 4월이고, 정부가 정기국회 통과 계획을 발표한 것은 5월”이라며 “사회권위 평가에는 사후보고서를 제출한 뒤 일어난 많은 일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87·98호 협약과 29호(강제노동 협약) 협약 비준동의안과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비준동의안과 관련 법안이 폐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일정은 여전히 불투명한 셈이다.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상 ILO 기본협약 비준 노력과 관련해 지난달 30일부터 90일 동안 마지막 무역분쟁 해결절차인 전문가패널 단계에 들어갔다. 그런 상황에서 유엔 사회권위까지 정부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ILO 기본협약 비준 미이행으로 유럽연합과 분쟁이 진행 중인데, 사회권위 역시 기본협약 비준이 인권국가의 최소 기준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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