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 중 사망자를 대상으로 징계 의결을 하고 유족에게 통지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2일 인권위에 따르면 A중앙회 조합장으로 일하다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등 혐의로 경찰수사와 감사를 받던 중 사망한 피해자의 자녀 B씨는 “피해자가 사망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A중앙회가 피해자 사망 이후 두 차례에 걸쳐 피해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의결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족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진정했다.

A중앙회는 “징계 의결은 퇴직한 임직원 행위가 징계 처분을 받을 정도의 비위행위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내부적 절차일 뿐”이라며 “감사 과정에서 적발한 사항에 조합 손실 손해배상 문제가 있어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감사·징계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판단은 달랐다. 인권위는 “A중앙회에서 피해자 비위행위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손해배상 채권을 행사하기 위해 자체 조사나 감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피해자에 대한 징계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사실관계 파악을 넘어선 평가의 영역을 포함하고 있어 구체적 필요성은 없는 업무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진정으로 보장받기 위해서는 죽은 후에도 자신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중대한 왜곡으로부터 보호돼야만 한다”며 “사망자에 대한 징계 의결과 유족에게 통지한 A중앙회 조치는 피해자와 유족의 명예권을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재직 중 사망자에 대한 징계절차와 통지가 진행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과 업무매뉴얼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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