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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은 근로감독의 성역이 아니다손익찬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손익찬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필자는 지난달 16일 공공노총 산하 전국우체국노조가 주최한 “우체국 창구노동자의 노동현실 이대로 좋은가” 국회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집배노동자의 살인적인 근무조건에 가려진 창구노동자의 노동강도·근골격계 질환·감정노동 등이 다뤄졌다. 그래서 필자는 토론문에서 우정사업본부와 노동자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될 수 있는지를 검토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된다면 그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를 노동자들이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집배노조에서 과로사를 막으려면 우정사업본부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정말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과 근로감독이 가능한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고용노동부는 우정사업본부를 상대로 행정처분도, 근로감독도 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법인격으로 보면 국가기관은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동일한 법인 소속이기 때문에 같은 법인 소속의 한 부처가 다른 부처를 상대로 행정처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무원은 신분관계상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근거가 의심스러운 말도 있다. 물론 우정사업본부에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다수의 공무직이 근무하고 있으므로 여전히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3조에서 “이 법은 모든 사업에 적용한다”고 밝히고 사업 주체에 있어 어떠한 예외조항도 두지 않고 있다. 즉 국가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시행령 별표1의 적용범위를 보면 ‘공공행정’ 분야에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보건조치 규정이 모두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우정사업본부의 홍보용 홈페이지인 “우체국과 사람들”의 “안전하고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산업안전보건관리” 라는 제목의 글(2019년 11월 게시)을 보면 우정사업본부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음을 밝힌다. 이처럼 우정사업본부가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음은 어느 모로 보더라도 명확해 보인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국가기관인 우정사업본부에 적용된다면, 거기서 일하는 공무원과 공무직은 산업안전보건법상 권리를 갖고, 또 위반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하고, 과태료와 같은 행정벌 부과도 가능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에 6개 시·도 교육감(지방자치단체)에게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 1억8천115만원을 부과했다. 또한 우정사업본부가 국가기관이 아니라 공기업이라고 상상해 본다면 당연히 근로감독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고용노동부와 우정사업본부는 모두 ‘대한민국’ 소속이고, 반면에 지방자치단체나 공기업은 대한민국과는 별개의 법인이므로, 다른 법인을 상대로만 행정처분이 가능하다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가 다른 국가기관인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도 있다(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1두1214 판결). 이 사건에서는 경기도선관위원장이 과태료 처분을 다툴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을 뿐이다. 같은 국가기관끼리 행정처분이 가능한지는 쟁점조차 되지 않았다. 또한 정권을 가리지 않고 청와대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압수수색을 당했다. 법 적용에 있어 성역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47조(수사개시 통보) 1항은 감독관이 공무원을 대상으로 수사를 개시하거나 송치하면 소속기관장에게 통보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산업안전) 36조에서는 이를 준용한다. 공무원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수사대상이 될 수 있음을 전제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을 정한 것이다.

다소 장황하게 살펴봤지만, 우정사업본부와 그 노동자들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고, 그에 따라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노동부는 이미 2001년 공무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이 가능하다며 ‘국가·지자체 대상 산업안전보건법, 이렇게 적용됩니다’라는 제목의 책자 1천200부를 전국에 배포하기도 했다.

필자가 당장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을 내리라고 촉구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는 게 맞다면, 잘 지켜지고 있는지 근로감독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을 알고도 모른 체하는 공무원은 직무유기죄로 처벌받는다. 우정사업본부에 근로감독이 불가능하다거나, 공무직이 아닌 공무원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어떤 근거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손익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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