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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는 문중원 기수 죽음 사태 해결할 생각이 없다”유가족, 시신 곁에 두고 진상규명·사과 요구 … 민주노총 ‘열사투쟁’ 검토, 노정관계 가늠자 될 듯
▲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 문중원 기수 분향소에서 부인 오은주씨가 고인 영정 앞에 떡국을 올리고 있다. 제정남 기자

오은주씨가 남편 영정 앞에 떡국을 올렸다. 달걀부침·나물무침·고기볶음을 쥔 젓가락이 떨렸다. 그리 많지 않은 양의 고명을 올리는 데 시간 한참 걸렸다. 뒷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은 고개를 숙인 채 손으로 얼굴을 훔쳤다. 떡국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음식을 준비했다.

문중원 기수 서울분향소, 영정 앞 떡국 올리며 새해 맞아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일대에 가루눈이 흩날렸다. 정부서울청사 앞에 세워진 고 문중원(사망당시 40세) 기수 분향소는 조문객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고인이 아침 끼니를 건너뛸 때 자주 먹던 바나나우유와 조각빵이 상에 올랐다.

지난해 11월29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일하던 문 기수가 기숙사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정경마와 조교사 채용비리를 고발하는 세 장 분량 유서를 남겼다. 유가족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 마련과 한국마사회 공식사과가 없으면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며 공공운수노조에 장례절차를 위임했다. 고인이 숨진 지 한 달여가 지난 같은해 12월27일 유가족은 시신을 김해에서 서울로 옮겼다. 마사회가 대화를 사실상 거부하자 정부를 상대로 사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유가족은 고인을 드라이아이스를 가득 담은 철제 관에 안치했다. 고인이 누운 곳은 정부서울청사 인근 세종로공원 한편에 주차한 승합차 안이다. 이날 오전 칼바람에 실린 눈이 고인의 휴식처를 모질게 후려쳤다. 승합차에 내건 “이곳에 한국마사회 부조리를 고발한 고 문중원 기수의 시신이 모셔져 있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떨어져 나갈 듯 펄럭였다.

고인과 아내 오은주씨는 결혼 전후 경마장에서 자주 데이트를 했다. 오씨는 경기 중 기수가 낙마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끝내 숨졌다는 소식을 들은 뒤부터 늘 남편을 걱정했다. 생전 고인이 낙마 사고를 당하는 모습도 여러 번 봤다. 가족의 걱정 때문이었을까. 고인은 운동경기 감독에 해당하는 조교사가 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2015년 조교사 면허를 취득했다. 그러나 기수 생활은 끝나지 않았다. 고인은 조교사 채용 과정에 비리가 있었다는 내용을 유서에 남겼다.

장례를 치르기 위한 싸움에는 온 가족이 동참하고 있다. 고인의 어머니·아버지는 물론이고 장인·장모도 상경했다. 서울 영등포구 비정규노동자쉼터 꿀잠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고인의 아버지 문군옥씨는 지난해 12월29일 서울 분향소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조교사가 되기 위해 자비로 외국에 나가 공부하며 자신의 꿈을 성취하기 위해 마사회 안에서 갖은 노력을 했다”며 “아들이 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는지 영문을 모르겠다”고 울부짖었다.

믿음직했던 남편의 허망한 죽음을 맞닥뜨린 딸에게 힘이 돼 주고 싶었던 오은주씨의 어머니·아버지도 옆을 지키고 있다. 양가 부모님들이 하루씩 돌아가며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 문중원 기수 유가족은 한국마사회에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공식사과를 요구하며 장례를 미루고 있다. 고인은 세종로공원 한편의 승합차 안에 안치돼 있다. 제정남 기자

유가족 배제하고 문중원 대책 발표한 마사회
“유가족 홀로 경마산업 이해관계자 설득하라니…”


유가족은 고인이 유서에 남긴 조교사 채용비리 의혹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마사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기 싫어서였을까. 되레 마사회는 지난해 12월26일 경마 순위에 따라 지급하는 상금편중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유가족은 대책 논의 과정에서 배제당했다. 노조는 “경주 출전기회를 조교사로부터 받지 못한 기수는 대책 적용을 받지 못한다”며 “조교사와 기수가 맺는 기승계약을 개선하는 내용도 빠졌다”고 비판했다.

마사회와 노조는 유가족이 상경한 직후인 지난해 12월27일과 30일 두 차례 면담했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마사회는 마주협회·조교사협회·마사회 정규직노조 등이 모두 참여하는 회의체를 구성해 관련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노조 관계자는 “유가족 홀로 경마산업 이해관계자 모두를 설득하라는 얘기”라며 “대화할 자세도, 사태를 해결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문중원 기수 사태는 민주노총과 정부의 관계를 설정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조만간 민주노총에 고인을 열사로 규정하고 열사대책위원회 구성을 포함한 투쟁계획을 수립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열사 시신을 곁에 두고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대단히 심각한 사태를 겪고 있고, 노조 힘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와 함께하는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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