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사정 대표자들이 지난 2월19일 오후 서울 새문안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에 합의 서명한 뒤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한국에서 사회적 대화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올해 걸어온 길을 복기해 보면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지난해 11월28일 출범한 경사노위는 노사 계층별대표 6명이 합류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사회적 대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출범 석 달이 되지 않아 경사노위는 격랑에 휩싸였다.

올해 1월28일 민주노총이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가운데 2월19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한다는 노사정 합의안이 발표됐다. 파행의 서막이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방안에 반발한 노동계 계층별대표 3명은 경사노위 본위원회 불참을 선언했다. 계층별대표 3명의 보이콧으로 경사노위 본위원회 의결기능은 마비됐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7조(위원회의 회의)에 의하면 위원회가 의결을 할 때 근로자·사용자·정부를 대표하는 위원은 각 2분의 1이상 출석해야 한다.

급기야 7월에는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을 비롯한 위촉직 위원 9명이 “사회적 대화기구 정상화를 위해 집단사임을 하겠다”며 극약처방을 내렸다. 사실상 1기 경사노위를 해산하는 수순을 거쳐 전면개편을 추진한 것이다. 노동계 계층별대표 3명은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경사노위를 떠났고 새로운 위원들로 채워졌다. 경사노위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을 개정해 본위원회 위원해촉 규정을 신설하는 등 의결구조와 운영방식을 새롭게 바꾸겠다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10월 2기 경사노위가 출범했다. 추락한 사회적 대화기구 위상을 회복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경사노위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주목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사노위 1호 합의안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안이 그렇다. 국회 요청으로 2월에 서둘러 노사정 합의가 이뤄졌고 8개월 만인 10월 경사노위 본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정작 국회는 이를 외면했다.

1기 경사노위 실패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답정너’ 같은 형식적 사회적 합의에서 벗어나야 실타래처럼 얽힌 사회 갈등을 풀어낼 수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